[의사 파업, 대체 왜] "의사 늘면 경쟁 치열…파업 본질은 밥그릇 지키기"

이원영

lwy@kpinews.kr | 2020-09-03 11:38:41

국민 57%가 정원 확대 찬성해도 의사들 저항
5년 전 서울의대 "의사 2000명 부족" 연구에도
"한국 의대 정원 10% 감축 뒤 13년째 동결"

'밥그릇 지키기'인가, 이유 있는 항거인가. 의사들의 파업을 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따갑다.
 
정부는 의료제도의 개선을 위해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 설립, 첩약의 급여화, 원격진료 허용 등을 추진했지만 의사들은 이를 '4대악'으로 규정하고 모두 반대하며 파업까지 벌였다.

특히 정부와 의료계가 극명하게 부닥치고 있는 부분은 의대 정원의 증원 부분이다. 정부는 응급의료인력의 부족, 지방의사 부족, 공공의사 확충, 전공의의 과도한 업무 완화 등의 이유로 의사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제시한 의대 정원 증원안은 2022년부터 매년 의대 입학정원을 400명씩 늘려 10년 간 4000여 명의 의사 숫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전북 남원시에 있는 서남대학교에 이미 폐과된 의대(정원 49명)를 국립공공의대로 부활시켜 2024년부터 신입생을 뽑아 의대 졸업 후 10년간 지방 의무근무에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두 가지 모두 국회의 입법이 필요한 사항이다.

정부가 의사 숫자를 늘리고자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OECD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의사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며 앞으로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비중 20%이상 사회)를 앞두고 있는 현실에서 볼 때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지금부터 의대 정원을 늘려나가야 10년 후 본격적으로 도래할 초고령 사회의 의료 수요에 제대로 대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정부가 최근 제시한 OECD통계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의사 숫자는 국제적인 평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의 임상의사 숫자는 인구 1000명 당 2.4명으로 OECD 평균인 3.5명에 크게 밑돌고 있다. 매년 발표되는 수치지만 이번에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문제와 맞물려 더욱 주목을 끌었다.

▲ 그래픽=김상선 

이 통계를 보면 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이 인구 1000명 당 4명 이상의 임상의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은 일본(2.5명), 멕시코(2.4명) 등과 함께 꼴찌 그룹에 속해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대해 의협 쪽에서는 현재로서도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 의사가 늘어나면 의료 서비스의 질이 저하된다, 한국의 의료접근성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등의 이유를 대며 증원에 반대하고 있다.

국민권익위가 지난달 국민 7만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7%가 의사 증원에 찬성하고 있음에도 의사들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모양새가 '밥그릇 지키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의사들의 파업에 정당성이 없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 인의협은 지난달 24일 낸 성명에서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으로 연 3058명에서 3458명으로 10% 남짓 의대 정원을 늘린다는 것 때문에 의사들이 이 상황에서 진료를 거부한다는 건 비윤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보라 인의협 공동대표는 "의사 수가 증가하면 의사 집단 내부에서 밥그릇 싸움과 경쟁이 치열해지게 된다. 의사 집단이 파업에 나선 건 의료 공공성 확보 목적이 아니라 의사 증원 반대 때문"이라며 의사들이 증원에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밥그릇 지키기'임을 명백히 했다.

인의협은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의협 주장에도 반박했다.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의사 증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의협은 의협의 주장에 대해 '팩트체크:의사협회 진료거부 사태에서 제기된 주장에 대하여'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당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5.7%, 의대 졸업자 수는 58%에 불과하다.

인의협은 "의사 증가율이 높다는 건 과학적 주장이 아니다. 과거 특정 시점에 한국 의사 수가 매우 적을 때 분모가 작아 높았을 뿐 현재는 감소해 OECD 평균과 유사하다. 반면 외국은 의대 정원이 크게 늘며 증가율이 유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인의협은 또 "2000년 이래 OECD국가들은 의대 졸업자 수를 호주 2.7배, 아일랜드 2.2배, 네덜란드 1.9배 등 대부분 늘렸지만 한국은 2006년 의대 정원 10%를 감축한 뒤 3058명으로 13년째 동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의사 증원 추세와는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환자의 1인당 연간 외래진료 건수를 들어 의료접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의협의 주장에 대해 인의협은 "의료공급자들이 과잉의료로 경제적 인센티브 창출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소위 '3분진료'를 하며 환자를 양적으로 많이 유치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의사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데는 한때 의사들 스스로 필요하다고 인정했으면서도 이제 와서 입장을 바꾸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낸 보고서. [YTN 보도화면 캡처]

보건복지부는 2015년 10월 서울대 의대에 1억 원을 주고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기반구축방안'이라는 용역을 준 적이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작성한 보고서에서는 의료취약지역 등을 감안해 의사가 2000여 명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공공의대를 설립해 연간 최대 700명의 의사를 배출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의 앞뒤 맞지 않는 견해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김 병원장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병원을 대표해 현재 추진 중인 정부의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는 인물이다. 의대 증원정책 폐기에 무게를 둔 입장 표명이다.

▲지금은 정부 정책을 폐기하라면서 지난해에는 의대 증원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쓴 김연수 서울대 병원장.

그러나 그는 지난해 12월 21일자 '매일경제'에 기고한 '의대정원 확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연구에 따르면 2030년이면 의사 7600명이 부족하다고 한다. 당장 내년에만 1800명이 부족할 것"이라며 "최근 수도권 대형병원마저도 의사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수도권에 있는 중소병원 인력난은 단지 중소병원장만의 호소가 아니다. 적정의료를 제공해야 할 의료협력체계 붕괴의 시작이다. 당장 의사를 늘리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병원 관계자들이 인정한 의사 부족 현실을 외면하고 무조건 증원 반대를 외치는 의협과 전공의협의 주장에 동조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의협이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를 하고 있지만 궁극은 '밥그릇 지키기'가 본질이라는 점만 부각되고 있다. 국민들의 생명을 볼모로 명분 없는 의사들의 파업은 스스로 의사의 권위를 갉아먹는 행위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때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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