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실패' 빙그레, 베트남에서는 '빙그레' 가능할까

황두현

hdh@kpinews.kr | 2020-09-02 17:09:55

2019년 베트남 법인 설립...올 상반기 매출 12억·적자 400만 원
브라질 철수 뒤 첫 진출…미국·중국·베트남 '해외사업 3대 축' 구상
시장 점유율 1% 미만, 갈 길 멀어…업계 "동남아 현지 입맛 공략해야"

빙그레가 브라질 사업의 실패를 베트남에서 만회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단순 수출에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에는 법인을 설립해 현지에 직접 진출했다. 다만 아직은 적자를 내고 있고, 시장 점유율도 미미한 만큼 하반기 성과가 중요할 전망이다. 

빙그레는 지난해 9월 베트남 호치민시에 지분 100%를 투자한 단독법인 'BC F&B Vietnam Co., Ltd'를 설립했다. 현지 영업 및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별도의 제조 시설은 없는 판매 법인이다. 

▲ 빙그레 아이스크림 수출제품. 붕어싸만코, 빵또아, 메로나, 끌레도르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빙그레 홈페이지]

이에 따라 현지 유통업체를 통해 국내에서 주문을 받고, 제품을 수출했던 과거의 형식을 벗어나 올해부터 베트남 법인이 식품 수출입 및 유통을 총괄한다.

첫 실적이 집계된 올 상반기 성적은 고무적이다. 매출 12억 원을 기록하며 총포괄이익 7800만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순수 영업활동만으로 발생한 수익은 아직은 적자다. 상반기 순손실 규모는 400만 원으로 지난해 2600만 원에서 다소 감소했다.

주요 매출 품목은 아이스크림류다. 붕어싸만코가 매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빵또아, 뽕따, 메로나, 끌레도르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배스킨라빈스, 하겐다즈 등 글로벌 업체가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빙그레는 중저가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베트남 현지에 판매하는 한국산 아이스크림 브랜드 중 빙그레의 붕어싸만코는 매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붕어싸만코는 현지에서 팥, 딸기, 초콜릿, 녹차맛 등의 품목으로 구성돼있다.

현지에는 빙그레 외에도 롯데푸드 그릭요거트, 롯데제과 스크류바·주물러, 주물러나 라벨리의 더 치즈 아이스크림도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빙그레와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는 해태아이스크림은 아직 현지 진출 소식이 없다.

빙그레 관계자는 "붕어싸만코 등 빙과류가 주요 취급 품목으로 바나나맛 우유와 같은 유제품 비중은 낮다"며 "아직은 현지 투자의 개념으로 법인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흑자를 기대하진 않고 빙그레 제품의 전체 판매 규모를 늘리는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법인 설립에 신중한 빙그레의 경영 전략을 볼 때 베트남 시장의 중요성은 크다. 과거 미국·중국·브라질 3개국을 축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했지만,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브라질 법인(BC F&B Brasil Ltda)을 청산한 이후 처음으로 설립한 곳이기 때문이다.

빙그레의 첫 해외 진출지였던 브라질은 2017년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청산 직전 해까지 적자가 지속했다. 브라질 경기 침체로 인해 현지 화폐 가치가 떨어진 동시에 원화 가치 상승으로 주력 제품인 메로나 가격이 급등하면서 매출 자체가 줄었다.

빙그레는 베트남 법인을 장기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메로나', 중국은 '바나나맛 우유'를 주요 품목으로 시장에 자리 잡은 만큼 베트남은 '붕어싸만코'로 시장 확대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14년 설립한 중국 'BC F&B Shanghai Co., Ltd'와 2016년 세운 미국 'BC F&B USA Corp'는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다. 두 곳은 올 상반기 각각 19억 원, 44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증가추세를 보이는 수출 실적도 해외사업 전망을 밝게한다. 빙그레의 올해 상반기 유제품 수출액은 17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늘었다. 아이스크림류는 전년과 유사한 231억 원 수준이다.

다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지난해 베트남 아이스크림 총매출액은 대략 2000억 원 규모다. 현지 법인의 매출로 시장 점유율을 추산하면 1%가 채 안 된다. 빙그레 전체 수출액 중 베트남 비중도 10%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안착의 관건은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신제품 개발이 될 전망이다. 기온이 높은 동남아는 바닐라, 딸기와 같은 과일 고유의 맛이 나는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트라 한아름 하노이 무역관은 지난 7월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 소비자들은 원료 고유의 맛을 살린 자연스러운 맛을 선호하므로 아이스크림 개발 시 이를 살리는 게 관건이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스크림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은 해외 영업조직을 갖춘 빙그레, 롯데 등 일부 업체들만 베트남에 진출한 상황"이라며 "동남아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 현지화에 공을 들여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황두현 기자 h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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