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산·림태주 반박·재반박 공방전…'시무7조' vs '백성1조'
김광호
khk@kpinews.kr | 2020-08-31 14:30:19
반박글 재반박한 조은산 "이천만의 세상 짓밟는 것이 정의냐'
림태주 "잡스러운 글이었다면 반박 안했을 것"…한발 물러나
진인(塵人) 조은산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시무 7조' 글을 올린 가운데 시인 림태주가 해당 글을 반박하며 공방전이 일고 있다.
림태주가 시무 7조에 대해 "졸렬하고 억지스럽다"고 비판하자 조은산이 "도처에 도사린 너의 말들이 애틋한데 그럼에도 너의 글은 아름답다"면서도 "그러나 그 안의 것은 흉하다"고 반박한 것이다.
조은산은 지난 27일 현 정부에서 지금 마땅히 바라봐야 하는 7가지 '시무 7조'를 국민청원에 올렸다.
시무 7조는 코로나19의 창궐, 부동산 정책에 대한 고찰 등을 풍자하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바꿔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의 글은 공개 하루 만에 정부 답변 기준인 20만명의 동의를 얻었고, 31일 오전 10시 현재 39만50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시무 7조가 뜨거운 관심을 받자 림태주는 조은산의 시무 7조와 관련해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교_시무 7조 상소에 답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림태주는 반박 글에서 "문장은 화려하나 부실하고, 충의를 흉내내나 삿되었다. 언뜻 유창했으나 혹세무민하고 있었다"며 "편파에 갇혀 졸렬하고 억지스러웠고, 작위와 당위를 구분하지 못했고 사실과 의견을 혼동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너의 그 백성은 어느 백성이냐. 가지고도 더 가지려고 탐욕에 눈 먼 자들을 백성이라는 이름으로 퉁 치는 것이냐"며 "나의 정치는 핍박받고 절망하고 노여워하는 이들을 향해 있고, 나는 밤마다 그들의 한숨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림태주는 1994년 '한국문학'으로 등단한 뒤 시인이지만 시집을 내지 않고 SNS활동을 활발히 해 '페이스북 스타'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4년 펴낸 산문집 '이 미친 그리움'에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추천사를 싣기도 했다.
림태주의 이같은 주장에 조은산은 지난 30일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백성 1조에 답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해 "너의 백성 1조는 어느 쪽 백성을 말하는 것이냐. 뺏는 쪽이더냐 빼앗기는 쪽이더냐"며 "임대인이더냐 아니면 임차인이더냐, 다주택이더냐 아니면 일주택이더냐"고 반문했다.
조은산은 "나는 오천만의 백성은 곧 오천만의 세상이라 하였다. 그렇다면 너의 백성은 이 나라의 자가보유율을 들어 삼천만의 백성 뿐이며 삼천만의 세상이 이천만의 세상을 짓밟는 것이 네가 말하는 정의에 부합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감히 아홉의 양과 길 잃은 양, 목동 따위의 시덥잖은 감성으로 나를 굴복시키려 들지말라"며 "네가 아무리 날고 기는 시인이라 한들 초야에 묻힌 목소리가 더 한이 깊은 법, 나의 감성이 드러나면 너는 물러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림태주의 '정치가 무엇이냐'는 물음엔 "지금의 정치가 바로 그런 것이다"는 답을 내놨다.
논란이 확산되자 림태주는 자신의 글을 친구공개로 전환했고 페이스북에 "진인 선생께 드리는 편지"라는 글을 31일 오전 올렸다.
그는 "선생의 상소문이 그저 허름하고 잡스러운 글이었다면, 나는 '하교' 따위의 글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며 "선생 글의 형식에 대구를 맞추느라 임금의 말투를 흉내내었고, 교시하는 듯한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너그러이 이해해주리라 믿습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현재 림태주의 글에 대한 조은산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들의 논쟁을 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실로 오랫만에 품위와 풍류가 있는 논쟁을 봤다"면서 "모름지기 싸움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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