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현대·기아차, 산재 사망 노동자 자녀 채용해야"

주영민

cym@kpinews.kr | 2020-08-27 20:05:35

전원합의체 11대 2 의견 "사회질서 위배 아냐"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자녀를 회사가 특별채용하도록 하는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단체협약 조항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장한별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7일 산재사망자 A 씨의 유족이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단체협약은 무효'라며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산재로 사망한 직원의 자녀를 특별채용하는 것이 구직 희망자의 채용 기회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단체협약 조항은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 전원이 심리에 참여했고 이 중 11명은 사측이 자발적으로 특별채용에 합의해 장기간 산재 유족을 채용해왔다는 점에서 이 조항이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산재사망자 자녀가 공개채용 절차에서 우선 선발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 절차에서 특별 채용된다는 점에서 구직희망자의 채용 기회에 중대한 영향도 없다고 봤다.

이와 달리 이기택·민유숙 대법관은 단체협약의 산재사망자 자녀 특별채용 조항이 구직희망자의 희생에 기반한 것으로 위법해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들은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공정한 채용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고 구직희망자의 지위를 거래 대상으로 삼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1인 가구나 아이를 낳지 않은 부부가 늘어나는 현실에 비춰봐도 특별채용 조항은 "부적절하고 불공평"하다고 강조했다.

1985년부터 기아차와 현대차에서 근무했던 A 씨는 화학물질 벤젠에 노출돼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2008년 8월 사망했다.

유족들은 A 씨가 업무상 재해 판정을 받자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액 지급과 직계가족 1인의 채용을 요구했다.

25년 전 체결된 단체협약에 담긴 '조합원의 산재 사망 시 결격사유가 없으면 직계가족 1인을 요청일로부터 6개월 내 특별채용한다'는 규정이 근거였다.

하지만, 사측은 해당 조항에 대해 "사실상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위법성을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도 "회사는 A씨 유족에 위자료 등 2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하면서도 단체협약은 무효로 봤다.

단체협약의 '특별채용' 조항이 사용자의 고용계약 자유를 제한하고 '일자리 대물림'을 초래하는 등 사회 정의 관념에 반한다는 것이다. 민법 103조가 명시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도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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