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성분 탈모샴푸가 더 좋다?....천연 맹신 풍조·기업상술 '합작품'

황두현

hdh@kpinews.kr | 2020-08-21 20:45:31

합성 계면활성제 '-설페이트', "고농도 농약 사용돼 유해"는 상술
식약처, 2018년 인체 위해성 평가…"영향 낮은 수준"
전문가 "천연성분 맹신, 합성 나쁘다 오해 불러…오랜 사용 주의"
TS샴푸, 설페이트 뺀 신제품 출시...가격인상 '꼼수'

최근 탈모샴푸 판매가 늘어나면서 주요성분 중 하나인 계면활성제의 인체 유해성 여부를 두고 오해가 확산하고 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합성 계면활성제는 천연 성분보다 몸에 해롭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해성을 증명한 정부의 조사 결과에도 이런 논란이 계속되는 건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한 업체의 상술이라고 지적한다.

계면활성제는 물과 기름을 섞이게 해주는 물질이다. 샴푸에 쓰이면 두피에 붙어있는 찌꺼기를 물로 헹궈내는 데 도움을 준다. 이 때문에 샴푸를 포함해 화장품, 세제, 치약 등에 쓰이고 있다.

▲ 샴푸에 쓰인 계면활성제는 두피에 붙어있는 찌꺼기를 물로 헹궈내는 데 도움을 준다. [픽사베이 제공]

이 계면활성제는 크게 두 성분으로 나뉜다. 식물이나 동물 등 자연에서 추출하는 천연 성분과 석유 추출물을 주원료로 하는 합성(석유계) 계면활성제로 나눌 수 있다. 논란이 되는 건 합성 계면활성제다. 샴푸에 포함된 성분으로는 'OOOO설페이트'로 대표된다.

시작은 지난 2012년 순천향대 홍세용 교수팀이 농약에 들어 있는 계면활성제가 인체에 치명적 독성을 일으킨다는 연구가 나오면서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독성학회 학술지에 실리면서 널리 알려졌다.

연구에 따르면 3년간 농약중독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 1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농약중독으로 발생한 질병은 계면활성제가 주된 원인이었다. 농약에 포함된 성분 중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SLES) 등을 일정량 이상 마실 경우 사망에 이른다고 지적됐다.

당시 홍 교수도 "계면활성제는 일상생활이나 산업 현장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고농도로 쓰기보다는 물에 희석해서 써야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샴푸를 비롯한 화장품에 포함된 계면활성제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잇따르자 급기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섰다.

2018년 식약처 산하 안전평가원은 '화장품 위해평가 보고서'를 통해 계면활성제 성분인 '소듐라우릴설페이트(SLS)',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SLES)', '암모늄라우릴설페이트(ALS)', '암모늄라우레스설페이트(ALES)'에 대한 인체 영향을 확인했다.

피부흡수율, 독성자료, 위해도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결과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단, SLES, ALES 두 성분은 미국 화장품 원료 안전성 평가위원회(CIR)의 평가를 인용하며 "사용 후 씻어내는 화장품 사용은 안전하나, 씻어내지 않는 화장품은 자극성 우려로 1% 농도를 초과하여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라고 덧붙였다.

종합하면 "합성 계면활성제를 농약과 같은 유해물질에 사용했거나 의도적으로 과다하게 흡입했을 경우 인체에 유해하지만, 물로 씻어내는 샴푸에 사용된 정도로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얘기다.

▲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샴푸 광고 이미지. 합성 계면활성제인 '-설페이트'를 위험성분, 주의성분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네이버쇼핑 캡처]

하지만 일부 제조업자 및 유통업체의 마케팅을 통해 '계면활성제는 인체에 유해하다'는 루머가 여전히 퍼지고 있다.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 광고에는 '두피에 자극을 주는 '설페이트 등을 사용하지 않았다(솔레오코스메틱 앙방샴푸)', '주의 성분(설페이트 등)은 빼고 착한 성분은 더했다(피엘코스메틱 순수예감 탈모샴푸)', '(설페이트 무첨가로) 안심하고 사용하세요(LG생활건강 닥터그루트)' 등의 문구가 표기돼 있다. 설페이트는 인체에 해롭다는 내용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네이버 블로그와 지식인 등을 통해서도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검색창에 '합성 계면활성제 탈모샴푸'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특정 제품을 홍보를 암시하는 듯한 문구가 답변으로 올라와 있다. 대부분 '천연탈모샴푸'라는 점을 강조한 내용이다. 

▲ 검색창에 '합성 계면활성제 탈모샴푸'를 입력하자 'TS 천연탈모샴푸'를 추천하는 답변이 달려있다. [네이버 지식인 캡처]

전문가들은 천연에 대한 소비자들의 맹신과 상품을 판매하려는 기업의 마케팅이 결합해 이러한 오해를 불렀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천연 성분을 강조할수록 제품 가격이 높아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탈모샴푸 1위 TS트릴리온은 기존의 '올뉴플러스TS샴푸'에서 설페이트 등을 뺀 신제품 '골드플러스TS샴푸(TS트릴리온)'를 출시하며 기존 제품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합성 계면활성제가 샴푸에 들어 있는 양으로 피부에 자극을 주거나 해를 끼친다는 근거는 전혀 찾을 수 없다"며 "합성 성분의 해로움을 강조하며 천연 성분을 넣었다고 광고하는 건 소비자의 기대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마케팅이 마치 자연에 있는 성분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며 "천연이냐 인공이냐 하는 문제는 인체 독성하고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소량이지만 누적해서 사용하면 결국 신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른바 '바디버든'이다. 인체가 유해물질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해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동주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합성 계면활성제를 씻어내도 피부에 조금이라도 남아있을지 모르는 일"이라며 "꾸준히 지방층에 축적됐을 때 몸에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업체나 정부당국도 성분이 괜찮다고는 했지만 이는 극성 독성이 없다는 얘기지 만성적으로 남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며 "다만 천연 성분의 경우 제조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비용이 올라갈 수 있기에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황두현 기자 h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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