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하 시인, 33년 만에 '한라산' 필화 사건 재심 받는다

이원영

lwy@kpinews.kr | 2020-08-20 13:24:27

4.3제주항쟁 다룬 서사시 황교안이 국보법으로 기소
"오랜 트라우마 망각하려 애썼지만 비등점에 이르러"

1988년 당시 황교안 공안검사가 기소해 '국가보안법' 7조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한라산 필화사건'이 33년 만에 재심청구에 들어간다.

해당 사건의 당사자인 이산하 시인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재심 대표 변호사는 전 통합진보당 대표인 이정희 변호사(법무법인 '향법')와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법무법인 '향법')가 맡는다.

▲왼쪽부터 이정희 변호사, 이산하 시인, 심재환 변호사. [이산하 시인 페이스북 캡처]

이 시인은 페이스북 글에서 "최근의 국가보안법 7조 폐지운동과 더불어 국회통과로 조만간 활동을 재개할 '진실화해위원회'의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고문과 가혹행위 등도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또 "오랜 트라우마를 안간힘으로 망각하려 애썼지만 비등점에 이른 듯하다. 헤집어서 아프겠지만, 이제 나의 상처를 정면으로 보기로 마음 먹는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문제가 됐던 장편 서사시 '한라산'은 1987년 3월 사회과학 무크지 <녹두서평> 창간호에 실린 이산하 시인의 연작시 제1부다.

이 서사시는 당시 금기시됐던 제주 4.3사건을 '외세에 맞선 민중의 무장투쟁'으로 규정하고 무차별 진압으로 인한 주민들의 희생을 시를 통해 정면으로 다뤘다.

'한라산' 발표는 당시 군사독재 정권에 의해 '한라산 필화사건'으로 규정되며 이 시인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배와 검거 사태를 불러왔다.

▲2018년 복원된 시집 '한라산'

이산하 시인은 그해 11월 검거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은 뒤, 88년 노태우정부 출범 특사로 풀려났다.

1960년 경북 영일 출신인 이 시인은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82년 '이륭'이라는 필명으로 연작시 '존재의 놀이' 등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나왔다.

이 시인은 구속 이후 절필했다가 11년 만인 1998년 <문학동네>에 '날지 않고 울지 않는 새처럼' 외 4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재개했다.

시집으로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와 장편동화 '할아버지의 모자', 산문집 '적멸보궁 가는 길', 소설 '양철북' 등이 있다.

'한라산'은 4.3 항쟁 70주년을 맞아 2018년 복원해 발간됐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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