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들, 노래 없이 못 살아…발달장애인에게 힘 되길"

권라영

ryk@kpinews.kr | 2020-08-14 17:41:59

발달장애인 성악가 모인 '미라클보이스앙상블'…18일 연주회
"다른 사람 기대치에 맞추지 않고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지난 13일 저녁 서울 광진구 미라클아트홀에는 아름다운 노래가 울려 퍼졌다. 피아노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성악가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 성악가 앙상블 '미라클보이스앙상블'이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매진하는 단원들을 찾았다.

▲ 미라클앙상블보이스 단원들이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지난 13일 서울 광진구 미라클아트홀에서 연습하고 있다. [권라영 기자]

미라클앙상블은 오는 18일 제3회 정기연주회이자 두 번째 그레이트 맘(Great mom) 콘서트를 연다. 이 공연은 서울장애인부모연대(광진지회)와 광진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UPI뉴스가 주최하고 미라클보이스앙상블과 아르텔필하모닉오케스트라 협동조합이 주관한다.

1부 연습이 끝나고 잠시 쉬는 동안 단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연습에는 윤혁진 예술감독과 소프라노 오지현·전해은, 테너 김동우·최문영·한준용, 바리톤 나정훈·정연재·최형준 씨가 함께했다.

단원들이 앙상블에 들어오게 된 시기는 제각각이다. 문영 씨는 중학생 때부터 윤 감독을 만나 5년 동안 레슨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앙상블에 합류했다. 해은 씨는 고등학생 시절 발달장애인 음악축제에 참여했다가 문영 씨를 만났고 "함께 노래하자"는 제안을 받아 오게 됐다.

단원 가운데 나이가 두 번째로 많다는 정훈 씨는 "대구에서 여러 일을 하다 여기 온 지 두 달밖에 안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각자 다른 삶을 살던 이들이 발달장애인과 성악이라는 두 가지 공통점만으로 모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처음부터 아름다운 하모니가 만들어진 건 아니다. 해은 씨는 "가사가 잘 안 외워지는 등 개인마다 힘듦이 있었다"면서 "서로 너무 날카로워져서 상처가 되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해은 씨는 "(원래는) 현장에서 같이 맞춰보고 윤 감독님께서 조언해 주시는 대로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영상으로는 듀엣도 어려웠고 고쳐지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현 씨도 "노래를 부를 때 마스크 때문에 숨쉬기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단원들은 이날도 코로나19 방역수칙대로 명단을 적고 체온을 쟀다. 사진을 촬영하는 찰나만 제외하고는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연습했다.

▲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미라클보이스앙상블 단원들. 왼쪽부터 바리톤 최형준, 테너 김동우, 한준용 씨.

이러한 어려움을 거치면서 단원들은 더 단단하게 뭉쳤다. 정훈 씨는 "단원들이 노래 없이 못 사는 사람들이더라"면서 "대구에서 올라와 집 하나 얻어서 혼자 있다 보니까 우울하기도 했는데, 단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 스스로 너무 힘이 났다"고 말했다.

단원들의 팀워크는 연습할 때도 빛났다. 한 명이 박자를 놓치면 양옆에서 박자를 함께 세는 등 서로 실수하지 않도록 도왔다.

해은 씨는 공연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2부의 'You raise me up'을 꼽으면서 "이번 그레이트 맘 콘서트 주제가 'Rise up(일어나)!'이다 보니까 저희가 다 같이 부를 수 있는 이 곡을 제일 진지하게 마음 담아서 부른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이루고 싶은 점을 묻자 문영 씨는 "단원들한테 실망을 주지 않고 싶다"고 답해 단원들을 웃음 짓게 했다. 문영 씨는 "제가 노래를 잘 못 부르면 단원들이 저만 싫어할까 봐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정훈 씨는 "발달장애인 분들이 우리를 통해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우리 노래 듣고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꺼내놓았다.

해은 씨도 거들었다. 해은 씨는 "(발달장애인) 개개인이 체념과 포기부터 먼저 배우면서 우울하고 힘든 시간을 많이 보낸다"면서 "내가 노력한 걸 다른 사람의 기대치에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고,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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