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의·혐오감·언플"…박원순 피해자 향한 '2차 가해' 논란

김광호

khk@kpinews.kr | 2020-07-24 10:50:06

장영승 "분노를 넘어 살의마저 느껴…비겁하면서도 사악"
진혜원 "창작해 낸 피의사실 유출에 언제까지 당할 것인가"
진중권 "문팬들이 진영논리 사로잡혀 '미투 사건' 정치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향해 일부 인사가 '살의(殺意)', '혐오감', '언론 플레이' 등의 발언을 해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인 서울산업진흥원의 장영승 대표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들은 시장님께 사과할 여유뿐만 아니라 삶을 정리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면서 "과연 시장님이 사과하지 않으셨을까"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고소인에게 죄송스러움과 미안함을 전한다"면서도 "감히 조언한다면 우선 대리인을 내치시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에도 성추행 피해자 A씨 측의 당일 기자회견을 언급하며 "기자회견을 보다가 중단했다. 분노를 넘어 살의마저 느껴졌기 때문"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장 대표는 "김재련(A씨의 법률대리인)은 여성 단체 대표들을 들러리로 세워 놓고 자기변명을 하고 있었다"며 "비겁하면서도 사악하다"고 비난했다.

▲ 장영승 서울산업진흥원 대표이사 페이스북 캡처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시장님 아이폰 비번(비밀번호)을 피해자가 어떻게 알았을까?"라고 썼다. 전날 경찰이 A씨 측 제보로 박 전 시장 관용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푼 것이 알려진 데 대한 반응이었다.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도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추행 피해자 A씨 측의 2차 기자회견을 거론한 뒤 "(관련 내용을) 알아가면 갈수록 구토와 혐오감이 증가한다"며 "창작해 낸 피의사실 유출을 통해 권력을 장악하려는 집단에게 언제까지 당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진 검사는 앞서 A씨 측이 첫 기자회견을 한 13일 페이스북에 자신과 박 전 시장 등이 팔짱을 낀 사진을 올리며 "권력형 성범죄를 자수한다. 성인 남성 두 분을 동시에 추행했다"고 썼던 인물이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역시 22일 "보통의 경우 피해 증거를 숨기는 피해자를 나는 본 적이 없다"며 "증거가 없으면 범죄를 저질렀다고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박원순을 성추행 범죄자로 취급하는 행위를 멈추기 바란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이 외에도 YTN 라디오 진행자인 이동형 작가와 박지희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여자가 추행이라고 주장하면 다 추행이 되는지 따져봐야 하는데 무슨 말만 하면 2차 가해라 한다", "4년 동안 뭘 하다가 이제 와서 세상에 나서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등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 손혜원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처럼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문팬'(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이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이 사건을 정치화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원래 이 사건의 본질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 개인에 대한 집단의 폭력, 부하에 대한 상사의 폭력에 있는데, 이를 진영논리로 해석하니 자꾸 아군에 대한 적군의 음모로만 보게 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아가는 광범위한 2차 가해가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문팬'이 대한민국 최대의 2차 가해 집단이 된 것은, 페미니스트 시장이 성추행을 한 것 못지않은 역설"이라고 비판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