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강화 7·10대책에도 보유세 실효세율은 '제자리걸음'
강혜영
khy@kpinews.kr | 2020-07-21 15:53:37
전문가 "세금 상승폭보다 부동산값 오름세 빨라 비슷한 수준 유지 추정"
"1주택자·상가 등 예외 없이 부동산 보유세 강화해야 실효세율 높아져"
정부가 잇단 부동산 대책으로 보유세 부담을 늘려가자 '조세저항' 심리가 거세지고 있다. '세금폭탄'이라는 레토릭엔 그 저항 심리가 응축돼 있다. 그러나 비유가 무색하게도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여전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UPI뉴스가 22일 한국은행·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자료를 토대로 2019년 기준 보유세 실효세율을 계산한 결과 0.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7·10대책이 실행된다 해도 이 비율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올 들어 6·17대책과 7·10대책으로 보유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후속조치가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0.17% 수준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고 보유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파트 등 일부 부동산에 집중돼 있어 효과가 제한적인데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워낙 가파르게 상승해 보유세 실효세율은 소폭 상승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 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로 구성된다. 보유세의 실효세율은 민간 부동산 자산 시가 총액에서 보유세 총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산출되며 실제 세 부담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작년 한국 보유세 실효세율, 전년 대비 소폭 올라
정부의 2018년 9·13대책으로 2019년에 적용된 종부세 최고세율은 2%에서 3.2%로 올랐다. 기존 과세표준 6억 원 이하 구간도 3억 원 이하와 3억~6억 원 이하로 쪼개지면서 과세가 강화됐다.
하지만 보유세 실효세율은 약 0.17%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민간 부동산(토지·거주용건물·비거주용건물)에 대한 순자본스톡은 9546조551억 원으로 집계됐다. 기재부가 집계한 지난해 종부세 총 세액은 약 3조1000억 원으로 추산됐고, 행안부가 발표한 2019년 지방세 징수실적에 따르면 작년 재산세 총액은 12조6771억 원이었다.
이를 토대로 부동산 시가 총액을 보유세 총액으로 나누면 2019년 기준 보유세 실효세율은 약 0.17%로 추정된다. 부가세 등으로 인해 총 보유세액의 측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세제 전문가들은 유효한 수치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특히 낮은 편이다. '토지+자유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자료가 존재하는 OECD 12개 국가들의 평균 보유세 실효세율은 0.37%로 같은 기간 0.16%을 기록한 한국의 두 배가 넘는다. 2017년 기준으로도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자료가 존재하는 OECD 17개국 평균치인 0.31%를 훨씬 밑돌았다.
지난 20여 년간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은 0.12~0.17%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1995년 0.15%에서 2005년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면서 보유세 실효세율은 2008년 0.17%까지 올랐다. 이명박 정부 당시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면서 2009년 실효세율은 0.14%로 소폭 떨어졌다. 이후 2014년 0.15%로 0.01%포인트 올랐고 2018년 다시 0.01%포인트 오른 0.16%를 기록했다.
종부세 추가 강화에도 "실효세율 더 내려갈 수도 있다"
정부는 작년 12·16대책에서 1주택자를 포함해 종부세율을 0.1~0.3%포인트 올렸고 올해 6·17대책에서는 부동산 법인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을 담았다. 이번 7·10대책에서는 다주택자 종부세 최고세율을 최고 6%로 올렸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최근 정부가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종부세를 강화했는데 세수 순증 효과가 약 1조6000억 원 수준에 불과한데 부동산 가격은 상당히 올랐다"면서 "보유세 실효세율은 부동산 시가 분의 세액으로 계산하므로 분자, 분모 모두 올라 실효세율이 0.16~0.17% 사이에 머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기재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작년 12·16대책과 올해 6·17, 7·10 부동산 대책에 담긴 종부세율 인상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는 1조6558억 원으로 추정됐다.
박상수 한국지방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시 가격이 올랐고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표준 구간도 상승해 세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재산세는 공시가격만 올라갔고 분모(부동산 시세 전체)가 워낙 크다 보니 부동산 대책이 보유세 실효세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작은 폭으로 올라가는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 양극화 현상이 심해서 모든 지역을 동일선상에 높고 말하는 것은 어려우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부동산 가격 오름폭이 커서 종부세 세율 인상 자체가 보유세 실효세율을 올릴 것 같지 않다"면서 "오히려 실효세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정부가 공공데이터포털, 국가공간정보포털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9월 거래된 서울 아파트 중 9억 원을 초과하며 전년보다 시세가 오른 아파트 4906가구의 전년 대비 시세 증가액은 평균 1억4305만 원에 달했으나 이에 비해 종합부동산세의 변화액은 평균 67만 원에 불과했다.
"1주택자·상가 등 모든 부동산 예외 없이 보유세 강화해야"
결국 보유세율을 더 높여야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부동산 실효세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기업 소장은 "보유에 대한 부담 비용이 높아야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기대수익률이 줄어든다"면서 "꼼수를 쓰지 말고 입법화를 통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점점 강화하는 장기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30년까지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1%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과세표준에 실거래가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 소장은 "보유세의 과표인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이 낮다"며 "시가에 가깝게 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모든 부동산에 예외 없이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 소장은 "1주택자, 상가, 빌딩, 토지 등 예외 없이 모든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율을 높여야 부동산 전체 실효세율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는 다주택자에만 집중하는데 이는 1주택자도 똘똘한 한 채 등 투기 수요가 있다"면서 "30억 원짜리 집 한 채 있는 사람은 봐주고 10억 원짜리 주택 3개 소유하면 중과세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신승근 한국산업기술대 복지행정학과 교수도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과 참여연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지난 7월 10일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 인상 폭이 미온적이고 시가 30억 원 초과자에 대한 세율만 눈에 띄게 인상했다"며 "과세 대상이 집중돼 있는 시가 30억 원 이하 세대에 대한 세율 인상폭을 1% 이상으로 확대해야 종부세가 실효성 있는 과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부세 제도 안에 있는 구멍 역시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세은 교수는 "종부세는 세대 기준으로 부과되지만, 세대원이 각각 공시가 6억 원 미만 주택을 가지고 있다면 비과세 대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등 큰 구멍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부세 비과세 혜택을 축소하는 등 보유세 부담을 강화하고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투기 수요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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