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림, 라면 첫 제품은 '순라면'?…농심과 상표권 분쟁

남경식

ngs@kpinews.kr | 2020-07-20 17:52:31

하림지주, 익산 공장 완공 앞두고 '하림순라면' 상표 출원
농심, 해외서 순라면 매출 매년 급증세…지난해 95억
농심, 국내선 순라면 상표 등록 안한 상태...하림과 분쟁 예고

종합식품회사로 발돋움을 준비 중인 하림이 상표권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림의 첫 번째 라면 제품으로 점쳐지는 '순라면'이 그 중심에 있다. 

하림지주는 '하림순(純)라면' 상표 등록 출원서를 지난 1일 특허청에 제출했다. 지정상품은 건면과 라면이다. 현재 이 상표는 출원을 위한 심사대기 상태에 있다.

'순라면'은 농심이 수출용 제품 이름으로 이미 사용하고 있다. '순'의 한자 역시 순수할 순(純)으로 동일하다.

▲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농심 순라면. [아마존 캡처]

농심이 국내에서 판매 중인 '야채라면'이 모태인 '순라면'은 영국에서 비건 인증을 받았다. 순라면 해외 매출은 2016년 40억 원, 2017년 55억 원, 2018년 70억 원, 2019년 85억 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문제는 농심이 국내에서 '순라면' 관련 상표를 등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농심은 일찍이 1990년 관련 상표권을 등록했지만 2000년 존속기간 만료로 소멸됐다. 2002년 상표권을 다시 등록했으나, 이 역시 2012년 존속기간 만료로 소멸됐다. 과거 농심은 '채식주의 순' 등 채식 콘셉트를 강조한 라면을 2010년 이전에 선보였으나 시장 반응이 좋지 않아 판매를 중단했다.

하림이 국내에서 '순라면' 상표를 가져갈 움직임을 보이자 농심도 대처에 나섰다.

농심은 '농심 순라면', '농심 순 純', '농심 순 純 SOON', '순 純' 등 상표 등록 출원서를 지난 8일 특허청에 제출했다.

하림순라면은 하림의 첫 번째 라면 제품명 후보로 점쳐진다. 하림은 5200억 원을 투자해 전북 익산에 '하림푸드 콤플렉스'를 짓고 있다. 12만709㎡ 부지에 식품 가공공장 3개와 물류센터 등 복합시설이 들어서며 올해 말 완공 예정이다.

제1공장에서는 각종 조미식품과 HMR(가정간편식), 죽, 수프, 만두 등 냉동식품, 제2공장에서는 라면과 즉석밥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하림 관계자는 "아직 공장을 짓고 있는 중이라 제품에 관해서는 결정된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라면이 아닌 면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 하림이 전북 익산에 조성 중인 '푸드 트라이앵글'. 이 중 한 축이 하림푸드 콤플렉스다. [하림 제공]

특허청이 하림과 농심 중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상표법은 선출원주의를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과거 농심이 등록했던 순라면 상표권은 이미 소멸한 상태라 이번에 출원서를 먼저 제출한 하림이 유리한 대목이다.

상표법은 외국에 이미 동일상품에 대해 동일상표 등록이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선출원주의를 적용하지 않는다. 농심은 해외에서 순라면을 오랜 기간 판매해온 점을 특허청에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농심은 해외에서도 아직 순라면 상표를 등록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공교롭게도 올해 상반기 미국, 영국, 캐나다 등지에서 상표 출원 작업에 착수했다.

'순라면'이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명사라고 특허청이 판단할 경우, 하림과 농심의 상표권이 모두 인정될 수도 있다.

과거 오리온은 롯데제과와 '초코파이' 상표권 분쟁에서 대법원까지 간 끝에 패했다. '오리온 초코파이' 상표를 등록했던 오리온은 롯데제과의 '롯데 초코파이' 상표 등록을 취소해 달라고 특허심판을 냈다가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중들이 초코파이를 고유명사가 아닌 특정 형태의 과자를 지칭하는 보통명사로 인식하고 있다며 롯데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베트남에서는 다른 판단이 나왔다. 베트남 특허청은 베트남 현지 한 업체가 오리온을 상대로 낸 초코파이 상표권 취소 심판 소송에서 오리온의 손을 들어줬다. 베트남 특허청은 초코파이는 오리온이 독점적,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표권이라고 인정했다.

농심 관계자는 "순라면이 국내 상표 등록은 안 됐지만, 농심이 수출용 브랜드로 2013년부터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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