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노노 갈등…"임금 반납, 결국 이상직에게 간다"

이민재

lmj@kpinews.kr | 2020-07-14 16:22:25

근로자대표단 "원활한 인수합병 위해 '체불 임금 반납 설문조사' 실시"
조종사노조 "70억 반납으로 인수합병 성사?…이상직에게 갈 돈"
일부 조종사노조원 "왜 설문조사 막나"…조종사노조 탈퇴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통보한 선결조건 이행 마감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체불임금 반납'을 둘러싼 노노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근로자대표단 측은 원활한 인수합병을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이지만, 조종사노조 측은 사실상 이상직 의원에게 돌아갈 돈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사무실. [정병혁 기자]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근로자대표단은 지난 10일 직원들에게 2개월 치 임금 반납에 동의하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근로자대표단의 임금 반납 동의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이스타항공 근로자대표단이 실시한 설문조사는 1600여 명의 이스타항공 노동자 중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 중 48%가 참여했다. 찬성은 75%였다.

이와 관련해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사실상 사측이 체불 임금 반납 여론 만들기에 나선 것이라며 비판했다.

조종사노조 측은 설문조사 실시 당시 개인이 선택해야 할 체불임금 반납문제를 사측이 종용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박이삼 조종사노조위원장은 "미지급액이 1700억이라고 하는데 70억 규모의 체불 임금 반납으로 성사된다고 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면서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하는 것인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권한도 없는 근로자 대표단을 통해 사측이 뒤에서 체불 임금 반납을 종용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반납된 체불 임금이 제주항공에 가는 게 맞는지도 불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납한 체불임금이 제주항공이 아닌 실질적 오너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라고 말했다.

근로자대표단 측은 인수합병을 통해 회사를 살리려면 체불임금 반납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대표단 관계자는 "임금 반납을 통해서 해결해야 하는 체불임금이 70억 원 정도라고 들었고, 인수합병으로 회사 살리기 위해서 전 직원 설문을 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불 임금을 반납과 관련한 고용보장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근로자대표단 관계자는 고용 보장에 대한 전제가 설문조사에 포함됐는지에 대해 "임금 반납 협상 진행될 때, 고용유지 등 조건을 논의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설문조사 당시에는 고용 보장과 관련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종사노조 측은 고용 보장에 대한 내용은 필수불가결이라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조종사 노조는 이날 민주노총 15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적 인력감축 중단과 총고용을 보장하는 고용보장협약서 체결을 전제로,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이스타항공노동자들의 고통분담(임금삭감 및 체불임금 일부 반납)에 관해 성실히 협의하고 도출된 합의에 따른다"고 밝혔다.

▲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민재 기자]


그간 조종사노조 측은 근로자대표단이 사실상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으며, 이스타항공 노동자를 대표하지 못한다고 비판해왔다.

박 위원장은 "통화 녹취록을 보면 체불임금 반납 설문조사도 사측이 시킨 것이라는내용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 근로자대표단은 5명으로, 지난 3월 말 1600여 명의 직원이 직할·영업운송·정비·객실·운항 부문에서 각각의 1명씩 대표가 출마해 투표로 선출했다.

과반 이상의 찬성을 받으면 다섯 명 전원이 선출되고, 반대의 경우 떨어지는 방식이었다. 이들 외 다른 후보는 출마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종사노조 내부에서도 의견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주말을 전후로 10여 명의 조종사 노조원들은 설문조사를 막는다는 이유로 조종사노조를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들이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알리는 차원에서 설문조사를 할 수 있음에도 조종사노조 측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조종사노조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K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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