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시대'에 네이버의 역발상…오디오콘텐츠 선점 나서

이민재

lmj@kpinews.kr | 2020-06-24 18:50:29

귀로 듣는 영화 '오디오 시네마·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콘텐츠 시도
글로벌 오디오 콘텐츠 시장 급성장 중…AI스피커 수요 확대의 전환될 듯
빗소리만 10시간 나오는 게 조회수 1억…유튜브도 '오디오 콘텐츠' 시도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가 대세인 시대에 네이버가 '오디오 콘텐츠' 시장 선점에 나섰다. 영상 콘텐츠에 가려 당장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AI스피커 등 오디오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면 수요가 늘어날 거란 계산이다.

▲ 네이버가 지난 18일 공개한 오디오 시네마 세 편. [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이를 위해 자사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중심으로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갖춰나가고 있다.

수년 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이나 오디오북 등 익숙한 콘텐츠는 물론, 오디오 드라마·영화 같은 새로운 시도에 주력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듣는 영화'인 오디오 시네마 3편을 지난 18일 무료 공개했다. '그대 곁에 잠들다' '두근두근두근거려' '남과여' 등 인기 웹소설·웹툰을 오디오 콘텐츠로 만든 것으로 배우 이제훈, 유인나 등이 목소리 연기를 펼쳤다.

개그맨 신동엽과 함께하는 성고민 상담소 '신동엽의 성선설'과 넉살의 1대1랩 과외 프로그램인 '넉살의 힙한 랩슨' 같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도 오디오로 선보이고 있다.

'영상의 시대'에 오디오 콘텐츠를 찾는 이유…힐링·멀티테스킹

영상 콘텐츠가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오디오 콘텐츠만의 강점이 적지 않다는 것이 네이버의 판단이다.

영상 콘텐츠와 달리 오디오 콘텐츠는 '멀티테스킹'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영상을 보기 위해선 TV나 컴퓨터, 모바일 단말기 앞에서 영상에 눈을 고정하고 있어야 하지만 듣는 콘텐츠의 경우 이 같은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영상 콘텐츠 시청에서 발생하는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자극적 영상 콘텐츠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덜 자극적인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측은 "네이버 이용자들이 오디오 콘텐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시간은 밤 10시에서 12시 사이로, 휴식을 취할 때"라면서 "이용자들이 쉬면서 듣기 적합한 콘텐츠라고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최근 시각콘텐츠들 중에 자극적인 것들이 많은데 청각콘텐츠는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네이버 오디오 클립 콘텐츠인 '김태리의 리커버북'. 배우 김태리가 책을 낭독해준다. [네이버 오디오 클립 캡처]


오디오 콘텐츠 시장 연 25~30% 성장률 보여

전 세계적으로도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딜로이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글로벌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35억 달러(4조2600억 원)에 이른다.

딜로이트는 "특히 글로벌 팟캐스팅 시장이 연 25~3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전체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성장률이 연 4%인 점을 고려하면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네이버는 향후 AI스피커와 커넥티드카가 보편화 됐을 때, 오디오 콘텐츠가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디지털 영상 콘텐츠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늘어난 것처럼, AI스피커 등이 보편화하면 귀로 듣는 콘텐츠인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수요와 공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회사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전 세계 AI 스피커 보급 대수는 2억790만 대로 2018년보다 82.4% 증가하는 등 이 같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회수 1억 나오는 유튜브발 오디오 콘텐츠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서도 오디오 콘텐츠의 가능성은 확인되고 있다.

물론 유튜브는 영상 플랫폼이지만, 오디오 콘텐츠의 수요가 있다 보니 영상 대신 사진 하나 정도를 붙여 소리만 나오게 만든 오디오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 빗소리만 10시간 동안 나오는 유튜브 콘텐츠로, 조회 수는 25일 기준 9000만 회를 넘겼다. 영상은 없고 사진 하나에 소리만 나와 사실상 '오디오 콘텐츠'에 가깝다. [유튜브 캡처]


특히 명상 음악이나 바람 소리, 물소리 등 특정 공간의 소리를 표현한 '엠비언스 사운드(ambience sound)'나 ASMR 같은 오디오 콘텐츠의 경우 많게는 1억 회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움직이는 영상 대신 비가 오는 사진을 하나 올려놓고 빗소리만 10시간 동안 나오게 하는 식이다. 주로 '잠 잘 때, 공부할 때 듣는 소리'라는 제목이 붙는다.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긴장을 풀어보라는 거다.

▲ 네이버 '오디오 클립' 내에서 엠비언스 사운드를 주로 서비스하는 채널 '월간 소리 풍경' 메인 화면. 현재 유튜브에 올라오고 있는 것처럼 빗소리나 개구리, 새소리만 수십 분~수 시간 동안 나온다. 영상은 없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캡처]


돈 많이 드는 영상에 비해 "오디오 콘텐츠 가성비 좋네"

영상 콘텐츠에 비해 제작비가 덜 드는 등 '가성비'가 좋다는 점도 오디오 콘텐츠가 매력적인 이유중 하나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비교적 적은 투자로 사용자 확보와 미래 시장 선점 등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영상제작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상 제작의 경우 장소 섭외, 장비, 인력 등에 적지 않은 제작비가 들어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오디오 콘텐츠는 이런 부분에 대한 비용이 덜 든다는 점이 장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간의 제약을 덜 받고 마이크 등 간단한 장비로도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네이버가 한동안 오디오 콘텐츠로 본격적인 수익을 내긴 어려울 전망이다.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영상 콘텐츠 시장의 규모가 훨씬 더 큰 데다가 아직 확실한 수익 모델도 정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네이버 측은 '비전을 봤으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측은 "네이버웹툰의 경우도 10년 정도 투자를 하고 난 지금에서야 수익을 내고 있다"면서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K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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