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한진가 분쟁서 '중립선언' 조원태 우군 잃나
이민재
lmj@kpinews.kr | 2020-06-24 11:51:25
지난 주총 조원태 회장 연임 지지했지만…중립성 논란 등 고려한 듯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중립을 지킬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우군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지난 22일 비공개회의를 열고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에서 '일반투자'나 '단순투자'로 변경하는 안을 검토했다.
단순투자는 의결권 등 지분율과 무관하게 보장되는 권리만을 행사하는 경우로, 최소한의 공시 의무만 부여한다. 경영권 영향 목적은 없으나 주주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경우 일반투자로 분류한다.
국민연금이 한진칼 주식 보유 목적을 변경해 한진그룹 경영권 다툼에서 한발 물러설 경우, 조원태 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주총 때 국민연금이 조원태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한 점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이 경영참여 목적으로 지분을 유지해야 향후 지분 경쟁에서도 조원태 회장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3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주주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조 회장의 연임을 지지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이 기존 지분을 '경영참여' 목적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전처럼 우군 역할을 해주는 것이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이 주식 보유 목적을 변경하려는 것은 크게 낮아진 지분율과 중립성 논란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한진칼 보유 지분율을 지속적으로 낮춰왔다. 국민연금의 한진칼 보유 지분은 지난해 1월 7.3%에서 올해 3월 2.9%로 감소했으며 현재는 1%대로 추정된다.
이는 코로나19 등으로 항공업계가 경영악화에 직면해온 만큼 투자 대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휘영 인하공전 경영학과 교수는 "결국 국민연금도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데, 항공 운송 시장은 불투명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또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조원태 회장 3자 연합 어느 쪽 편에 서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용식 교수는 "국민연금은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으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의지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어느 쪽을 지지하든, 그 동안 물의를 일으킨 재벌 집안을 옹호하는 것처럼 비춰져 부담스러울 수 있다"이라면서 "3자연합에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있고, 조원태 회장 측엔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여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조현민 전무는 일명 '물컵갑질'로 논란을 빚었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현재 직원들에 상습적으로 폭행·폭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K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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