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기사 폭행하고 택시 탈취한 30대 영장 기각한 '이상한 검찰'

주영민

cym@kpinews.kr | 2020-06-22 16:21:48

폭행하고 차량 빼앗아 전신주 들이받았지만 '불구속'
택시 운전사들 대규모 집회열고 검찰에 탄원서 제출

춘천에서 만취한 30대 승객이 일흔이 넘은 택시기사를 수차례 폭행하고 차를 빼앗아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건을 저질렀음에도 검찰이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해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폭행을 당한 택시기사는 "정말 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포를 느꼈고 삶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까지 든다"며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영장 기각이 알려지자 택시 운전사들이 구속 구사를 촉구하는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고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가해자의 구속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 만취한 30대 승객이 일흔이 넘은 택시기사를 수차례 폭행하고 차를 빼앗아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건을 일으켰는데도 검찰이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춘천 효자동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취한 승객 A(31) 씨가 택시에 탑승한 뒤 목적지를 묻는 택시기사 B(74) 씨에게 험한 욕설을 퍼부었다.

당황한 B 씨는 A 씨를 진정시키고자 말을 건넸으나, 갑자기 택시에서 내린 A 씨는 차량 앞을 가로막고 보닛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이후 순식간에 운전석으로 다가온 A 씨는 미처 문을 잠그지 못한 B 씨의 얼굴을 수차례 때렸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B 씨는 차에서 도망친 뒤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 사이 A 씨는 택시를 빼앗아 굉음을 내며 달리다 인근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차량 전면부가 반파됐다.

A 씨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체포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2%가 넘는 만취 상태였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상해·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기각했다.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택시기사들은 엄중 처벌을 요구하며 집회에 나섰다.

강원도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춘천시지부는 지난 19일 시지부에서 개인택시 조합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고 "전국의 택시운수종사자들을 분노하게 한 70대 택시기사 폭행과 차량 탈취 피의자에 대한 구속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가해자를 즉각 구속해야 했으나 사건의 중대함을 망각한 채 불구속으로 풀어줬다"며 "언론에 공개된 피해 영상을 보면 검찰의 판단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령의 택시기사를 건장한 성인이 일방적으로 폭행하고 차량을 탈취해 음주상태로 몰고 가다 대파 수준의 사고를 냈음에도 검찰이 불구속으로 수사하는 것은 '봐주기식 수사'로 밖에 볼 수 없다"며 "검찰이 영세한 택시운수종사자들이 처한 상황과 만연한 편견과 차별을 조금이라도 인식했다면 이와 같은 결론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합측은 결의대회를 마친 뒤 운수종사자 3000여 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춘천지검에 제출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사안의 중대성으로 볼 때 검찰이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재경지검 출신 한 변호사는 "만취 상태에서 택시기사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한 것도 모자라, 차를 빼앗아 몰고 가다 전신주를 들이받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했는데 영장이 기각된 사유가 무엇인지 이해가 안된다"며 "최소한 영장을 청구해 법원의 판단을 받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2차 가해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했어야 구속 사안이 된다고 판단했던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취객이 단순히 행패를 부린 것과는 사안이 다르기에 구속해서 수사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인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 측은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현재 수사 중인 사안으로 답변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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