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세타2 엔진 '평생보증'…9개월째 감감무소식

김혜란

khr@kpinews.kr | 2020-06-15 14:34:35

소비자 "정비소 갔다 허탕" vs "관용차는 무상수리"…오락가락
작년 '9000억대 보상' 홍보와 달리 현대차 "아직 구체案 마련 중"
"보증 약속 믿었는데 내부 지침 아직도 없다며 수리거부" 사례

"소비자를 위하는 척 '평생보증'을 내걸었지만 실상은 여러 이유를 들며 수리를 거부했다."

▲ 김도원(가명) 씨가 자차 그랜저HG처럼 엔진오일에 이상을 호소하는 차주들과 온라인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중 일부는 무상수리를 거부 당했지만, 몇몇 차주들은 무상으로 엔진을 교체하기도 했다. [김도원 씨 제공·네이버 그랜저 동호회]


2014년부터 결함 논란에 휩싸여온 세타2GDi 엔진(이하 세타2엔진)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세타2엔진 차량에 대해 평생보증한다고 밝혔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 구체적인 내부 보상·보증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내용이 소비자들에게 고지가 되지 않아 일부 차주들은 정비소를 갔다 허탕 치는 일이 생겼다. 또 일부 지점은 무상으로 엔진을 교체해주기도 해 현대차의 일관성 없는 대응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2011년형 그랜저HG 운전자 김도원(가명) 씨는 엔진오일이 비정상적인 속도로 줄어드는 증상을 감지하고, 올해에만 세 번이나 서비스 센터를 찾았다. 

그러나 센터 측은 매번 "세타2엔진 평생보증에 대한 내부 지침이 없다"며 무상수리를 거부했다.

김 씨가 정비소를 전전하게 된 건 지난 2월부터다. 당시 서비스센터는 김 씨의 차에 엔진오일을 가득 채운 후, 주입구를 봉인했다. 차도를 지켜본 후 다시 점검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김 씨는 지난 4월 센터를 찾았다. 불과 1000km 주행으로 오일은 L선(Low) 아래로 찍혔다. 담당 직원도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아직 내부 지침이 나온 게 없어 유상수리밖에 안 된다"라고 말했다.

답답한 마음이 든 김도원 씨는 그랜저 동호회에 가입했고, 본인과 같이 비정상적인 엔진오일 소모 증상을 겪는 차주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김 씨처럼 센터를 찾아도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오는 이들이 있었고, 일부는 무상수리를 받기도 했다.

▲ 지난 3월 13일 전라북도청 관용차량에 대한 수리 견적서 일부. 해당 차량은 2012년형 그랜저HG로 세타2엔진이 달렸다.  [전라북도청 제공]


실제 본지 취재 결과 전라북도청의 2012년형 그랜저HG는 세타2엔진을 무상으로 교체 받았다. 

김도원 씨는 "대대적으로 언론 홍보만 해놓고 정작 구체적인 보증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냐"라며 "나 같은 사람이 한둘도 아닌데, 정비소 등 현장에서 '복불복' 식의 대처에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10월 11일 '세타2엔진 평생 보증 실시'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세타2 GDi 및 세타2 터보 GDi 엔진을 장착한 2010~2019년형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및 미국 고객에게 평생보증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1조 원에 가까운 비용이 든다고 알려져 화제가 됐다. 실제로 현대차는 보증과 관련한 충당금 9000억 원을 지난해 3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현대차는 "아직 세타2엔진 평생보증에 대한 보증안과 보상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면서 "미국과 함께 진행되는 사안이라 시간이 걸릴 뿐, 보증을 미루겠다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대차는 "세부 내용이 확정되면 고객들에게 별도의 안내문을 공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세타2엔진이 장착된 그랜저HG [현대차 제공]


한편 검찰은 지난해 7월 그랜저·소나타·K5 등 주력 차종에 적용된 세타2 엔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당국 조사가 있을 때까지 숨기면서 리콜 등 사후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로 전직 임원과 간부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세타2 엔진은 엔진 내부에 심한 소음이 나거나 주행 중 시동꺼짐 현상이 생겨 논란을 빚었다.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자 현대차는 2015년 결함을 인정하고 미국에서 먼저 리콜에 들어갔다. 그러나 국내에선 2년이 지난 2017년에야 리콜해 '늑장 리콜' '내수 차별' 등의 비판을 받았다.

미국서 세타2엔진 결함 논란은 집단소송으로 비화했는데 지난해 화해안에 합의했다. 회사는 진동감지시스템 적용, 평생보증 등의 보상을 하기로 했다. 그제야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 세타2엔진 차량에 대해서도 미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9단독 재판부에서 세타2엔진과 관련한 사건을 공판진행 중이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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