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캠코가 사도 '제값' 받기 어려워
이민재
lmj@kpinews.kr | 2020-06-12 11:11:21
캠코 자산매입 프로그램 가동…"결국 공원 될 부지, '제값' 어렵다"
서울시의 공원화 추진으로 대한항공이 '제값'에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정부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중심으로 2조 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자산 매입 프로그램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11일 밝혔다.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가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그렇더라도 '제값' 받기는 여전히 힘들 전망이다. 서울시의 계획에 따라 송현동 부지 공원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캠코도, 일반 매입자도 선뜻 부지 매입에 나서기 어렵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중심으로 기업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에 자산 매각시 적정가격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시가 매입할 경우 감정평가로 책정된 송현동 부지는 보상비에 따라 시에 강제 매수되지만, 캠코가 매입할 경우 일반 매입자가 참여할 수 있어 가격 상승 가능성은 생긴다.
문제는 서울시의 공원화 추진에 따라 부지는 결국 공원이 될 수밖에 없어 높은 가격이 형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캠코 역시 '부지의 가치'를 따지기 때문에 공원화를 추진 중인 부지의 가격을 높게 매기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공원화가 진행되는 부지의 경우 땅값은 크게 떨어진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니, 누가 사도 결국 공원이다"라면서 "어차피 매입해도 공원 용도로밖에 쓰지 못한다는 점에서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캠코가 산다 해도 제값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캠코도 향후 부지 용도를 고려해 매입 가격을 정하는데, 공원화가 예정되어 있다면 가치를 높게 매기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서울시가 매입할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캠코가 매입하면 그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 정도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 자산매입 프로그램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 기업, 채권단 지원 요청 기업 등 자구 노력과 선제적 자금 수요가 큰 기업을 우선 지원할 방침이다.
적기에 자산 매각이 어려우면 캠코와 민간이 공동 투자를 우선 추진해 직접 매입·보유한 뒤 제3자에 매각하고, 기업 재매입 수요가 있는 자산의 경우 매입 후 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달 중 시장 수요조사를 거쳐 세부 프로그램을 마련한 뒤 다음 달 자산 매입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대한항공과 시장은 송현동 부지의 매각 가치가 최소 5000억 원대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지난 5일 송현동 부지 보상비로 4671억3300만 원을 책정하고 이를 2022년까지 나눠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공원화 추진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부지를 매입하겠다는 곳은 나오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의 부지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이 지난 10일 마감한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 입찰에는 어떤 매수자도 응하지 않았다.
K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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