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송현동 땅 매각 자구안 '차질'…예비 입찰 0명

이민재

lmj@kpinews.kr | 2020-06-11 16:22:24

서울시, 송현동 부지 '공원화' 추진…4671억 보상비 공고
대한항공 노조 "市, 대한항공 노동자 고용불안 직시해야"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각이 서울시의 공원화 추진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 서울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정병혁 기자]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부지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이 전날 마감한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 입찰에 어떤 매수자도 응하지 않았다.

투자설명서를 받아 가거나 인수 의사를 내비치며 관심을 표한 곳은 15군데나 됐지만 정작 아무도 매각 입찰 의향서(LOI)를 내지 않았다.

현재 예비 입찰 단계가 진행 중인 만큼 LOI를 내지 않아도 본입찰에 응할 수 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본입찰에도 선뜻 나서는 곳이 없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발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의 공원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부지 보상비를 4671억 원으로 책정하는 등 공원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어 민간 매각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의 공원화 의지가 강해 송현동 부지를 사겠다는 곳이 나오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긴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

또 시는 지난 5일 송현동 부지 보상비로 4671억3300만 원을 책정하고 이를 2022년까지 나눠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통해 공고했다.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공원화에 속도를 냄에 따라 대한항공의 자구안 마련에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1조2000억 원을 지원하면서 내년 말까지 2조 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요구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한 데 이어, 자구안의 일환으로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자산 매각을 추진해왔다.

일단 대한항공은 서울시 열람 기간 의견서 제출 시한인 오는 18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한편, 대한항공 노조는 11일 오전 서울시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공업계 노동자 생존이 안중에도 없는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의 탁상행정으로 인해 송현동 매각이 불발될 경우 기내식을 매각해야 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대한항공 노동자들은 하루하루 고용불안에 떨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서울시는 직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민간의 땅을 강제로 수용하겠다는 것은 엄연히 사적 재산권의 침해"라며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에 대한 족쇄를 풀어 자유시장경제 논리에 맞게 경쟁입찰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가격을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통해 대한항공의 경영 정상화와 고용 유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재검토해달라"고 말했다.

▲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대한항공 노조 송현동 부지 자유경쟁 입찰 촉구 기자회견에서 대한항공노조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병혁 기자]


K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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