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 생후 12개월 아기 구하지 않은 엄마 '무죄'

주영민

cym@kpinews.kr | 2020-06-11 10:35:31

"도덕적 비난 여지 있지만, 법적 책임 묻기 어려워"

불이 나자 생후 12개월 된 아기를 구하지 않고 나온 20대 여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 법원 자료사진 [정병혁 기자]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대연 부장판사)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24)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화재 당시 아기를 내버려 뒀다고 보기 어렵고 손쉽게 피해자를 구조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단정 짓기는 쉽지 않다"며 "사람에 따라서는 도덕적 비난을 할 여지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무죄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지난해 4월 안방 침대에 전기장판을 켜 둔 상태로 아들을 혼자 재워놓고 안방과 붙어 있는 작은 방에서 잠들었다.

아들이 우는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 A 씨는 안방 문을 열었고, 연기가 들어찬 방 안 침대에 아들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안방 전기장판에서 불이 난 것이다.

A 씨는 현관문부터 열어 집 안에 들어차 있던 연기를 빼려고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층까지 내려가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 사이 불길이 번져 다시 집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결국 A 씨의 아들은 숨졌고 검찰은 A 씨에게 책임을 물어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는 A 씨의 당시 행동에 대해 아들의 구조 가능성 여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이 대립했다.

검찰은 "화재 시뮬레이션 결과 현관문을 개방했을 때 가시거리가 30m 정도로 시야가 양호했고 피해자가 위치했던 침대 모서리와 방문 앞 온도가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높지 않았다"며 A 씨가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A 씨의 변호인은 "안방 문을 열자 아이와 눈이 마주쳤지만, 연기가 확 밀려오니 당황해 일단 현관문부터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입과 코를 옷깃으로 막고 다시 방으로 갔을 때는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연기가 많아 1층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이어 "행동에 과실이 있었다고는 인정할 수 있으나, 유기 의사가 있었다면 현관문을 열어 연기를 빼 보려 하거나 119에 신고하고 행인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의 행동을 할 이유도 없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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