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라더니 안쓰니 "사유서 써라"…포스코 강제휴가 논란
김이현
kyh@kpinews.kr | 2020-06-05 17:25:15
노조 "솔선수범해야 할 임원들이 일반직원에게 책임 전가"
노무사 "상당히 부당한 행위…징계할 경우 부당 징계 사유"
포스코에 근무하는 A 씨는 지난달 말 출근하자마자 '사유서'를 써야 했다.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우니 연차 휴가를 적극 소진하자"는 회사의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이어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의 경고까지 들었다. A 씨는 "맡은 임무가 있어서 나왔을 뿐"이라며 "회사가 휴가 사용을 독려하는 게 아니라 강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6일 포스코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달 직원들에게 '고통분담 차원에서 연차를 적극 소진하자'는 취지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부서마다 차이는 있지만 직원들은 한 달에 약 2회 씩 주로 금요일에 부서차원에서 연차 휴가 사용을 권고받았다. 9월까지 개인별 연차 12개 이상 소진시킨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노무기획 담당자는 "코로나19로 2·4분기 실적 악화가 예상돼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원가·노무비 절감이 불가피하다"며 "직원 연차를 소진하는 방식의 한시적 주4일제를 시행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4일제 시행에서 격주에 하루씩 쉬도록 독려하는 방안으로 결정됐고, 이를 절대 강제하지 않는다고 사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A 씨는 "휴가를 안 쓰면,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사유서를 쓰고 출근해서 무엇을 할 예정인지 설명해야 한다"면서 "원래 근무를 하는 날이고, 해야 할 일도 있는데 왜 나오는지 묻는다는 건 강제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부서 직원 대부분은 회사의 방침에 따르고 있지만, 강권하니 다들 쓰는 분위기"라면서 "이런 식으로 회사의 방향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향후 인사평가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에둘러서 강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른 부서에 근무하는 B 씨는 "말이 권고지 사실상 독려를 가장한 '강제'로 보면 된다"면서 "부서마다 숫자는 다르겠지만 다 쓰도록 분위기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라는 위기에 직원들도 공감하고 동참하려 하지만, 권리를 강제하는 건 다른 얘기"며 "경영이 힘들다면 임원들이 솔선수범해 나서야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포스코 노조는 회사가 '비상경영'을 선언했지만 정작 고통분담은 직원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며 성명을 내기도 했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한 임원이 '우리는 직원하고 급여체계가 다르고, 올해는 성과급이 안 나오니까 사실상 임금삭감이 아니냐', '회사 주인인 일반직원들이 휴가를 쓰라'고 말했다"며 "함께 해나갈 의지가 없고, 일반직원에게만 고통을 강요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근로자의 휴가는 본인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것이고, 날짜를 지정해서 강제로 나오지 말라고 해서는 안 된다"라면서 "그날 출근한다고 해서 뭐라 한다거나 행여 징계를 한다면 부당징계의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한 노무사는 "연차는 회사가 특정하는 게 아니고 근로자가 정하는 게 우선이지만, 회사가 촉진했는데 근로자가 거부하면 그때 특정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출근한 직원에게 사유서를 쓰게 하는 건 상당히 부당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연차 휴가 사용 방침은 권고사항이고 안 써도 상관 없는 것인데, 강제하거나 사유서를 쓰게 했다는 건 처음 듣는다"면서 "사실을 확인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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