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서 '멍멍'…노견의 마지막은 '생매장'이었다
손지혜
sjh@kpinews.kr | 2020-06-02 16:53:16
북부경찰서 "CCTV 확인과 동물병원 탐문수사 중"
학대범에 실형 선고된 적 드물어…벌금형 그칠 수도
"멍멍!"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현장을 둘러봤지만 소리만 들릴 뿐 강아지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살아 있는 개가 땅에 묻혀 있는 것 같다"는 주민의 신고가 부산 북부소방서에 접수된 것은 지난달 26일. 인근 주민이 자꾸 땅속에서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리자 119에 신고한 것이다.
당시 출동했던 소방대원은 "장비를 이용해 수색해보니 수풀 사이로 개의 등이 조금 보이고 얼굴과 다리가 흙에 완전히 묻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생매장'이었다.
소방대원이 구조한 개는 페키니즈 종이다. 최소 15살이 넘은 노령견으로 백내장 등 질환도 앓고 있었다. 발견 당시 숨을 쉬고는 있었지만 심한 탈수 증상을 보였다.
부산 북구청은 개를 인도받아 '부산동물보호센터'로 강아지를 옮겼다. 당시 강아지는 겨우 숨만 쉬고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기에 곧바로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결국 이틀 뒤인 지난 달 28일 숨지고 말았다.
부산 북구청은 이 강아지를 생매장한 학대범을 찾아내고자 2일 부산 북부 경찰서에 수사의뢰를 했다. 북부 경찰서는 "아직 정식으로 서류가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오늘 아침 온나라 전자결재로 수사 의뢰가 들어왔다"며 "(숨진 강아지의) 주인(학대범)을 찾기 위해 CCTV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고 동물병원 등 관련성 있는 부분들을 탐문수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북부소방서 관계자는 "일상적 위험에 빠진 동물들을 구하러 출동하는 적은 많아도 이번 케이스 같이 생매장당한 강아지를 구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사법부, 동물학대에 관대?…인간 폭력으로 전이
학대범이 잡힌다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동물보호법 제2장 제8조(동물 학대 등의 금지) 1항에는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생매장 또한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에 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어길 시에는 제7장 제46조(벌칙)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징역형이 선고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의 심인섭 대표는 "올해 이전까지는 징역형이 거의 없었다"면서 "올 초에 실형을 받았던 사례가 있긴 하지만 아직 우리 사법부는 동물 학대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2월, 마포구 경의선숲길 고양이 잔혹 살해범에게 실형이 선고된 바 있다. 40대 남성인 정 씨는 지난해 7월 경의선 숲길 인근에서 고양이 꼬리를 잡아 2~3회 바닥에 내리치고 발로 머리를 밟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동물학대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실형이 선고됐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이같이 동물 학대범에게 우리나라가 유독 관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심 대표는 "피해자가 인간이 아닌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사법부가 그간 동물학대에 엄격하지 않았지만 동물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결국 인간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연구가 있다"면서 "연쇄살인범의 경우 동물에 대한 학대부터 시작했다는 사례도 있다. 동물에 대한 폭력이 더 엄격히 다뤄져야 하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