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대출 '뒷북' 처리에 두번 우는 소상공인
양동훈
ydh@kpinews.kr | 2020-06-01 15:25:24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을 위해 긴급대출을 지원하고 있지만, 수천 명에 달하는 소상공인들은 대출 신청 후 2개월 이상 기다리며 자금난에 허덕이다 최근에야 "금액을 줄여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긴급대출 신청기관인 소상공인진흥공단 홈페이지에는 지원금을 제때 받지 못한 소상공인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소상공인은 "지난 3월 24일에 소진공에 긴급대출 5000만 원을 신청했었는데, 지난달 하순에야 '자금이 소진돼 긴급대출을 은행대출로 바꿔야 하는데 대출금액 한도는 2000만 원'이라는 안내받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가게 경영이 어려워 대출만 기다렸는데 그나마 금액이 줄어들어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긴급대출 신청이 접수됐는데도 수많은 상공인들이 대출을 받지 못한 것은 소진공이 예산한도를 훨씬 넘는 신청을 받은 데다 사후 관리마저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금융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19일 12조 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7~10등급의 저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2조7000억 원 규모의 긴급대출을 소진공을 통해 제공한다고 밝혔다. 1인당 대출 한도는 7000만 원.
소진공 긴급대출은 소진공이 소상공인 여부를 확인하면 신용보증재단이 보증을 서고, 확보된 예산이 배정되면 은행이 대출을 실행하는 구조다.
신청자가 폭증하자 행정당국은 3월 25일부터 7000만 원 한도를 2000만 원으로 줄이고 1000만 원 규모의 직접대출을 도입하는 한편 예산은 3조1000억 원까지 늘렸다. 하지만 이전에 긴급대출을 신청한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빨리 대출을 받으려면 금액을 2000만원으로 줄이라"고 통보했을 뿐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3월 23일까지의 소진공 담당 긴급자금대출 신청 금액은 3조1442억 원으로, 순식간에 책정된 예산을 넘겼다. 더이상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신청을 계속 받아 자금난에 허덕이는 소상공인들을 두번 울리는 사태가 발생된 것이다.
지난 4월 29일 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는 소진공 경영안정자금 미처리분 2조 원을 시중은행으로 넘겨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을 넘겨 보증서를 써준 금액이 최소 2조 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당시 대략 9만 명이 시중은행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지원금액이 줄어든 것보다 연락이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3월 25일 이전에 신청한 소상공인들이 '2000만 원만 받아가세요'라는 연락을 받은 것은 5월 중순부터다.
보증기관인 신용보증재단에 업무가 몰리면서 보증서 발급이 지연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소진공 직원들이 파견을 나가고 시중 은행 직원들까지 지원을 나섰지만 지연 현상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보증에만 한 달 넘게 걸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소진공은 5월 중순이 돼서야 콜센터를 통해 대출을 시행하지 않은 소상공인에게 연락을 시작했다. 지난 5월 12일부터 은행 이관대출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소상공인이 대출을 받지 못한 상태다.
신보 관계자는 "아직 대출을 받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는 보증액수는 2000억 원 정도"라며 "은행 대출 등으로 옮기신 분들은 제외한 수치"라고 밝혔다.
KPI뉴스 / 양동훈 기자 y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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