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김재규 사건 40년 만에 형사 재심 청구
주영민
cym@kpinews.kr | 2020-05-26 17:17:54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한 '10·26 사태'로 사형을 선고받은 고(故)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유족 측이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40년 만이다.
김 전 부장의 유족과 재심 변호인단(이상희·이영기·조영선 변호사)은 26일 서울 서초동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고등법원에 재심 청구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재심 청구서는 김 전 부장의 여동생 명의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김 전 부장의 조카(재심 청구인의 아들) 김성신 씨, 재판 당시 김 전 부장 변호인 강신옥 변호사와 함께 재심 청구 이유를 밝혔다.
변호인단은 "최근 공개된 녹취록 등을 통해 당시 보안사령부가 쪽지 재판으로 재판에 개입한 사실, 공판조서에 피고인들이 발언한 내용 또는 진행된 내용이 그대로 적혀 있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며 다시 법원의 판단을 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변호인단은 '대통령 각하의 무덤 위에 올라 설 정도로 내 도덕관이 타락해 있진 않다'고 말하는 김 전 부장의 최후진술 등 일부 녹음테이프를 재생하며 "김 전 부장은 적나라하게 박 전 대통령의 살해동기가 자유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청와대 경호실장을 저격해 살해한 뒤, 내란목적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돼 이듬해 5월 사형에 처해졌다.
변호인단은 김재규에 대해 내란죄로 유죄 판결을 내린 법원 판결을 재심으로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당시 보안사가 김재규의 재판 전 과정을 불법 녹음한 테이프를 최근 JTBC가 입수해 보도하면서 재판 내용과 쟁점 사항, 피고인들의 진술 등 새로운 증거들이 확보됐다는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김 전 부장의 행위가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부득이한 살인"이었다며, 당시 신군부가 정권 장악을 위해 단순한 살인 사건을 내란목적 살인 사건으로 왜곡, 과장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무엇보다 재심을 통해 김 전 부장의 행위가 사법적으로 재평가되길 바란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영웅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피고인이 자유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유신의 심장, 독재의 정점인 박정희를 살해했다는 것, 그것은 역사적 평가는 별론으로 하고 정당하게 사법적 평가를 먼저 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부장의 유족도 별도로 입장문을 내고 "재심을 통해 궁극적으로 구하고자 하는 바는 판결이라기보다는 역사"라며 "재심 과정에서 10.26과 김재규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적 논의의 수준이 진화하고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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