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말고 사은품?…스타벅스로 달려가는 사람들

손지혜

sjh@kpinews.kr | 2020-05-25 17:50:11

한정판 스벅 굿즈, "소확행 느끼는 스몰 럭셔리"
SNS '득템 인증'에 몰두…과시형 소비 부작용도
"스벅 재고 깜깜이 전술, 사재기와 뻥튀기 리셀 야기"

스타벅스 '프리퀀시 전쟁'이 올해도 시작됐다. 본품인 음료보다 사은품에 관심이 쏠리며 '득템 인증', '사재기·리셀' 등의 소비행태도 나타난다. 특히 지난 2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의도 스벅에서 누가 음료 680잔 주문해 한 잔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프리퀀시만 채워서 가져갔다"라는 글이 올라와 관심을 끌었다.

스타벅스는 지난 21일부터 7월 22일까지 두 달 동안 여름 e-프리퀀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e-프리퀀시란 온라인 도장으로 단골 고객을 확보하고자 진행하는 마케팅의 일종이다. 음료 한 잔을 마시면 하나의 e-프리퀀시가 부여된다. 스타벅스는 미션 음료 3잔과 일반 음료 14잔에 대한 프리퀀시를 모두 모으면 '서머 체어'나 '서머 레디백' 2종 등 총 5종 중 하나의 증정품을 준다. 3만3000원에 판매되는 '서머 체어' 그린 색상 빼고는 모두 한정 수량이며 비매품이다.

▲ 스타벅스에서 e-프리퀀시를 모으면 증정하는 '서머 레디백'과 '서머 체어' 사은품. [스타벅스 제공]

스타벅스 굿즈 수집 '개미지옥'…50만 원 순삭

매년 스타벅스 굿즈를 모으는 A 씨는 스타벅스의 계절성 굿즈에 대해 "개미지옥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매년 굿즈를 모으기 위해 과소비를 한다고 밝혔다. A 씨는 "작년 말에는 다이어리 4종을 모두 모으기 위해 친구들과 만나면 모든 커피를 내가 쐈다"면서 "스타벅스 앱의 지출 내역에서 프리퀀시 이벤트가 진행되는 한 달 동안 얼마나 썼는지 봤더니 50만 원 가량을 썼더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그렇게 사놓고 다이어리를 뜯어보지도 않았다"며 "어느 순간부터 굿즈를 수집하는 데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번 e-프리퀀시 이벤트에 참여하는 B 씨는 "지난번에는 한 판을 다 모았더니 굿즈가 이미 다 품절돼 너무 허탈했다. 수량이 한정돼 있는데 한 사람이 사재기를 하니 나 같은 일반 구매자들에게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인스타나 블로그 같은 곳에 굿즈를 받았다는 인증샷들이 올라오면 지난번과 같은 참사가 일어날까봐 초조해진다"고 우려했다.

스타벅스 굿즈가 이렇게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란을 일으키는 이유는 한정판이라는 희소성과 스타벅스 굿즈의 이미지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의 굿즈 전략에 대해 "한정판에 대한 소유욕을 충족시키고 소확행을 느끼게 해줄 '스몰 럭셔리'의 이미지를 영리하게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 한 블로거가 스타벅스 e-프리퀀시 이벤트에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 '일단 예쁘니까 가지고 봐야 한다'고 올렸다. [네이버 블로그 캡처]

소셜미디어가 불러온 과시형 소비, 뉴노멀로 자리매김해

전문가들은 '본품은 버리고 사은품만 겟'하는 스타벅스 사태에 대해 소셜미디어가 불러온 뉴노멀적 소비라고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딱지를 모으기 위해 빵을 사고 버리는 등 부속 제품 때문에 본 제품을 구매하는 행태는 성숙치 못한 아동들에게서 나타났다. 그런데 스타벅스 사태에서는 이런 비합리적 소비 행태가 성인이 되어서도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이는 SNS에 구하기 어려운 것을 남들보다 빨리 '득템'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과시형 소비다. SNS로 인한 소비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반적으로 사은품을 얻기 위해 제품을 300만 원어치나 사서 먹지도 않고 버린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는데, 사은품을 400만 원에 리셀한다 하면 그 사람 입장에서는 사은품만 가져가는 행위를 할 수 있는 거다"라고 뉴노멀적 소비 행태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이같은 뉴노멀적 소비 행태가 소셜미디어로 인해 야기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일까 하는 흐름을 SNS로 캐치할 수있게 되고 소비자들도 여기에 호응하니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면서 "리셀 소비라는 게 인터넷에서 하나의 이슈가 된 느낌이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스타벅스의 리셀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제품을 긍정적, 합리적으로 구매한다는 것은 그 제품의 품질과 가격 등 여러 가지를 따져서 구매한다는 거다"면서 "그런데 사은품을 얻기 위해서 제품을 사서 먹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스타벅스 차원에서도 책임감을 느끼고 판촉 기획을 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한 소비자가 네이버 카페에 스타벅스 e-프리퀀시 이벤트가 시작된 당일 서머 레디백을 득템했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은 조회수가 4만을 넘었다. [네이버 카페 캡처]

사재기·리셀 방지 위한 투명성 필요해

"사재기와 몇 배는 뻥튀기된 가격으로 리셀하는 것은 애초 스타벅스의 의도와는 다르지 않나" 소비자 C 씨는 스타벅스 사태가 도의적으로 어긋난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스타벅스는 이번 이벤트를 시작하며 "7월까지 매달 꾸준히 주 2회 정도 방문하는 소비자에게 무료 증정품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만든 이벤트"라고 설명한 바 있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고객들에게 감사함를 표하기 위해 사은품을 증정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인데, 이 같은 취지가 왜곡된 사례는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C 씨는 "애초에 사은품을 넉넉히 준비해도 한 사람이 300잔을 사가는데 하루에 한 잔씩 커피를 소비하는 진짜 일반 소비자에게 기회가 돌아올까 싶다"면서 "재고가 얼마나 남았는지도 알려주지 않고, 전화로 물어봐도재고상황을 알려줄 수 없다고 하는데, 이 말은 결국 초반에 사재기를 하라는 얘기 아니냐. 결국 상술이다. 스타벅스의 상술이 도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e-프리퀀시 이벤트 시즌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스타벅스는 "통상적으로 여름과 겨울 시즌에는 식음료 업계의 매출이 올라가는데, 프리퀀시 이벤트로 인해 매출이 올라갔다는 오해가 있을까봐 월별 매출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 스타벅스는 "아직까지 사재기나 리셀에 대한 구체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지는 못했지만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더 나은 이벤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최소한 투명성이 보장돼야 비정상적 소비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D 씨는 "결국 수량이 몇 개가 풀렸고 재고가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는 깜깜이 전술 때문에 초반에 사재기가 이뤄지고 뻥튀기 된 금액으로 리셀된다"면서 "스타벅스가 e-프리퀀시 이벤트를 상술이 아닌 고객 감사 이벤트로 만들기 위해서는 물량을 얼마나 풀었고 몇개가 남았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스타벅스는 현재 전화로 증정품 재고 수량을 알려주지 않는 방침을 취하고 있다. 이벤트 후반기에 가서야 앱으로 지점별 재고 수량을 보여준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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