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 파운드리 공장 신규 설립은 불필요한 투자"
임민철
imc@kpinews.kr | 2020-05-25 16:21:37
전문가 "굳이 미국에 투자한다면 기존 공장 증설 쪽이 맞아"
인텔·TSMC의 미국 공장 설립 결정은 사업 타당성 전제된 것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인텔·TSMC처럼 미국에 신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세우는 게 불필요한 투자라는 진단이 나왔다. 최근 미국정부가 한국의 중국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에 관심을 쏟으면서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의 미국 내 공장 유치를 추진 중인 것에 대한 분석이다.
25일 반도체 산업계 한 전문가는 "TSMC가 미국에 파운드리를 짓는 건 미국의 압박 때문만이라기보단 그 기업의 전략과 명분이 맞아 진행되는 것"이라며 "삼성은 이미 국내 (비메모리) 증설 계획과 (중국) 메모리 증산 계획을 일정대로 진행 중인데 (미국에 공장을 짓는) 불필요한 투자를 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신규 공장 설립 관건은 '경제성'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점에서 삼성전자가 미국에 새 공장을 지을 이유는 없다. 삼성전자는 국내 생산라인 기술로만 제조할 수 있는 초미세공정 칩 물량을 퀄컴, 엔비디아, 구글, IBM 등으로부터 이미 수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한국과 중국에서 차세대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 21일 평택 제2공장에 7·5나노미터(㎚) 초미세 공정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국내 두 번째 극자외선(EUV) 생산라인 구축 계획을 발표했고 중국 시안 제2공장 증설 현장에 한 달 새 본사·협력사 기술진 500여 명을 파견했다.
삼성전자의 평택 EUV 생산라인 구축은 작년 4월 나온 '반도체 비전 2030' 계획의 일환이다. 삼성전자는 이 계획에 따라 국내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분야에 10년간 133조 원을 투자키로 했다. 동시에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높여 한국을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우리 정부의 정책 기조를 따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사업장 제2공장 증설은 최대 소비처인 중국에서 스마트폰, PC, 서버용 낸드 플래시 메모리 생산량을 끌어올려 기존 메모리 세계 1위 입지를 다지기 위한 차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중국 고위공무원인 후허핑 산시성 서기를 만나 이 분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서 파운드리 사업으로 운영 비용과 수익의 균형을 맞춘 상태다. 따로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세우려면 10조~15조 원 가량의 비용과 아무런 수익이 나지 않는 2~3년의 기간을 감수해야 한다. 그만한 잠재적 이익을 기대할 수 없다면 설립을 추진할 실익이 없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미국에 투자를 필요로 한다면 공장을 별도로 짓기보다는 텍사스에 지어 놓은 오스틴 공장을 확장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며 "기존 주력 공정인 14㎚는 고객이 많으니 유지하고, 확장할 때 (7·5·3㎚ 수준의) 선단 공정으로 갈 것"이라고 봤다.
재계도 삼성전자가 신규 반도체 공장 설립과 같은 대규모 투자를 섣불리 결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이 코로나 사태를 겪고 나서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분야 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삼성이 상대적으로 현금을 많이 보유했다 해도 허투루 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새롭게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인텔과 TSMC는 미국 시장에서 일정 정도 이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사정이 전혀 다르다.
인텔은 미국에 주요 생산기지를 두고 있지만, 현재 그 생산 능력은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등 자체 제품을 만드는 데에도 충분치 않다. 이런 상황에선 TSMC와 삼성전자가 먼저 도입한 최신 EUV 공정을 인텔이 도입하고 차세대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서라도 자체 파운드리 공장 설립은 사업적 타당성이 있다.
TSMC도 단순히 최근 미국 정부의 압박에 굴복한 게 아니라 1년 이상 이전부터 손익을 따져 미국 공장 설립을 결정했다. 반도체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분석에 따르면 이번 발표된 TSMC 미국 공장 프로젝트의 투자 규모는 연간 지출의 10% 미만이고, 여전히 글로벌 주력 생산 기지는 본국인 대만에 있게 된다.
KPI뉴스 / 임민철 기자 imc@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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