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연관 없다" 오리온, 익산공장 사망 사건 '선 긋기'

남경식

ngs@kpinews.kr | 2020-05-21 17:44:31

"고용노동부 조사 적극 협조…어떠한 책임도 감수"
"극단적 선택 동기, 회사 외 다른 데 있다…개인 간 문제"
시민단체 "묵묵부답 오리온, 엉터리 조사로 사건 덮기 급급"

오리온이 익산공장 직원의 사망 사건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도 "회사와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리온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회사와 전 임직원은 이번 사건에 관해 큰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이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 앞에서 5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리온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회사의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 제공]

오리온은 "현재 고용노동부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회사는 적극적으로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노동부가 공정한 결론을 내려 주리라 믿는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회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떠한 책임도 감수할 것이며, 문제가 된 임직원이 있다면 법과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만 오리온은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 동기와 회사는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리온은 "회사 내부 조사에서 공장 내 일부 경직된 조직 문화는 문제가 있으나, 극단적 선택의 동기는 회사 외 다른 데 있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낸 상황"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자들의 명예 문제도 있고 사적인 개인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입장문을 통해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추가로 제기된 2018년 10월 성희롱 사건은 1년 7개월 전의 일로 당시 회사는 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건"이라며 "최근 유족의 문제 제기로 인지하게 되었으며 즉시 조사를 착수, 현재 조사 및 징계를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처리하고 조사 결과와 내용을 유족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오리온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며 고인이 일에 대한 애로 사항 등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공장 내 일부 경직된 조직 문화가 존재함을 발견했고 향후 지속적 교육과 지도를 통해 개혁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은 19일 오리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리온은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고용노동부 익산지청 앞에서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한 지 한 달이 흘렀다"며 "그러나 여전히 오리온의 묵묵부답은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오리온은 장례식장에 찾아와 응당 가장 먼저 해야 할 사과는커녕 퇴직금을 받을 계좌번호를 운운한 뒤 유서 등 증거 사진들을 찍어갔다"며 "사건 발생 보름도 안 된 3월 말경 자체조사 결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통보한 뒤 금전을 입금하고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리온은 '철저하게 자체조사'를 했다더니, 고인에게 시말서를 강요했는지 안 했는지도 파악하지 않다가 입장을 번복했다"며 "성희롱 의혹에 대해서는 언론이 추궁하자 그제야 사실확인을 해보겠다고 주장하는 등 그야말로 엉터리 조사로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고 덧붙였다.

오리온 익산공장에서 근무하던 22세 노동자 A 씨는 직장 내 괴롭힘 등을 호소하다가 지난 3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성희롱을 당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고인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유서에는 "오리온이 너무 싫어", "돈이 뭐라고", "이제 그만하고 싶어"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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