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막힌 한미 방위비협상, '마스크 외교'가 돌파구 될까

김광호

khk@kpinews.kr | 2020-05-14 14:52:19

외교부, 지난 11일 미국 정부에 마스크 200만장 긴급 지원
美 해리스·폼페이오 등 韓 정부에 사의…우호적 분위기 감지
전문가 "한미관계에 도움될 수 있지만 협상 영향은 미지수"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최근 우리 정부가 미국에 대해 200만장의 마스크를 무상 지원한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분담금 협상 난항으로 한미관계가 다소 냉랭해졌으나, 마스크 무상 제공 이후 미 국무부를 중심으로 한국 정부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 외교부는 지난 11일 우리 정부가 미 정부에 대해 한미 코로나19대응 공조 차원에서 마스크 200만장을 긴급 지원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트위터에 게재한 마스크 모습. [해리 해리스 대사 트위터 캡처] 

외교부는 지난 11일 미국 정부에 마스크 200만 장을 긴급 지원했다고 밝혔다. 앞서 7일에는 국가보훈처가 6·25전쟁 참전용사를 위해 마스크 50만장을 별도로 미국 보훈부에 기증했다.

또 지난달에는 75만회 분량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연방정부에 유상 제공하기도 했다.

이에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국(Bureau of East Asian and Pacific Affairs)은 11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에 "코로나19와 싸움에서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마스크 200만장을 제공해줬다"면서 "한국에 감사하다(#ThankYouROK)"는 글을 올렸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트위터를 통해 한국 정부의 이번 마스크 지원에 대해 사의를 표했다.

해리스 대사는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에 마스크 200만장을 긴급 지원해 준 청와대에 대단히 감사드린다"면서 "우리의 동맹과 우정은 70년 전만큼 중요하고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같은날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올린 마스크 전달 트윗을 리트윗하면서 "육군에 복무했던 사람으로서 동료들이 서로 돕는 것을 보는 것보다 기쁜 것은 없다"며 "미국은 다정한 기부와 너그러움에 대해 한국 측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 미 국무부 동아태국 트윗 [트위터 캡처]

우리 정부의 '마스크 외교'로 인해 경직됐던 한미 관계에 숨통이 틔는 분위기다. '코로나 사태' 이후 어려움에 놓인 미국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우리 정부가 동맹국으로 방위비 외의 부분에서도 공헌하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동맹 훼손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미 공조를 강화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중단됐던 방위비 협상에 새로운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협상이 진전을 보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연간 13억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한국이 방위협력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내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와대는 아직 합의된 것이 없다고 해명했으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13% 인상안이 우리로서는 가능한 최고 수준의 액수"라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한미는 지난 3월 17~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한 7차 회의 이후 대면 협상을 하지 않고 있다. 유선·화상 소통은 진행 중이지만 금액에 대한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과 대통령 선거에 집중하고 있어 본격적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11월 대선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방위비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 이후 멈춰선 상태"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미국 국무부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도 "최고위급 사이에서의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실무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히려 최근 방위비 협상 타결에 조급함을 보이는 쪽은 미국 측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구체적인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리 정부의 대미 마스크 지원을 인도적 차원으로 봐야지 어떤 외교 전략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방위비 협상에까지 영향을 끼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마스크 지원이 교착상태에 놓인 한미관계에 긍정적 신호가 될 수는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우리 정부는 조급하게 마음을 먹지 말고 트럼프의 협상 전략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우리의 페이스대로 협상을 이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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