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약자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치졸한 '갑질' 천태만상

김형환

khh@kpinews.kr | 2020-05-13 17:09:43

뺨 때리고 욕하는 물리적 폭력부터 에어컨 가동 금지까지
시민들 "인식 개선 없다면 갑질 계속돼 또 다른 죽음 발생"

2014년 11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 이만수 씨가 입주민의 갑질에 스스로 분신해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그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이와 유사한 '갑질'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 지난 10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50대 경비원이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다 자택에서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12일 오후 고인이 근무하던 경비실에 분향소가 차려져 있다. [문재원 기자]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로 일하던 최모 씨는 지난 10일 입주민에게 폭행과 시달림을 당해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 조사 등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달 21일 주차공간을 만들기 위해 가해자 A 씨의 차를 밀어서 주차공간을 만들었다. 그러자 가해자 A 씨는 '자신의 차량을 왜 미냐'며 최 씨를 밀쳤다. 그 이후 A 씨는 최 씨를 계속해서 폭언·폭행 등으로 괴롭힌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A 씨는 최 씨에게 지난 4일 밤 경비원을 '머슴'이라고 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망신을 주기도 했다.

2016년 9월 19일 광주의 고급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민 B 씨는 "하찮은 경비원 주제에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라"며 담뱃불로 경비노동자의 뺨 등을 3차례 지졌다. 당시 B 씨는 새벽 늦은 시간에 큰 목소리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이에 경비노동자는 업무 매뉴얼에 따라 정중히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B 씨는 폭언·폭행을 가했고 당시 24살이던 경비노동자는 얼굴에 2도 화상을 입었다.

2018년 10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아파트 주민 C 씨가 술에 취해 경비노동자를 무차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다. C 씨는 수년간 층간소음 민원 문제로 불만이 쌓인 상태로 아무런 관련이 없던 경비노동자의 머리를 발로 밟는 등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경비노동자는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하고 말았다.

2018년 11월 대구 달성군의 한 아파트 단지의 입주자 대표 D 씨가 70대 경비원이 근무자용 조끼를 입지 않았다며 온갖 폭행과 폭언을 가했다. 당시 70대 경비노동자는 휴게 시간을 이용해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지만 D 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폭행을 가했다. 봉변을 당한 경비원은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2월 6일 서울 강남구 초고가 아파트 단지 주민 E 씨는 주차장 입구 차단기를 늦게 열었다는 이유로 경비노동자의 인중과 낭심을 가격한 일이 발생했다. 구타를 당한 경비노동자는 입술이 찢어지고 치아가 흔들리는 등 외상을 입었다. 또 정신과 병원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E 씨는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 지난 10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50대 경비원이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다 자택에서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12일 오후 고인이 근무하던 경비실 모습. [문재원 기자]

이와 같은 물리적 갑질뿐만 아니라 에어컨 가동 금지 등 간접적 갑질로 경비노동자를 괴롭히는 경우도 있다.

2017년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에 주민 한 명이 에어컨을 구매해 설치해줬지만,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가동되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일부 주민들은 에어컨 가동으로 전기 요금이 더 나온다며 에어컨 가동 중단을 요청했다. 이에 경비원들은 선풍기 하나로 무더운 여름을 보내야만 했다.

이러한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강북지역대책위원회' 최민규 씨는 지난 12일 오전 열린 경비노동자 추모 기자회견에서 "주민들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갑질이 계속된다면 또 다른 죽음이 일어날 것이다. 다른 아파트에서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비노동자 권익을 위해 강북구에 조례를 제정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저희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게시물은 13일 오후 5시 기준으로 30만5516명이 동의했다.

한 누리꾼은 "갑질에 대해서는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며 "우리부터 '갑질'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주장했다.

KPI뉴스 / 김형환 기자 kh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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