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안 쓰면 에어컨 못 튼다"…버스 내 '마스크 시비'

김지원

kjw@kpinews.kr | 2020-05-08 18:46:28

버스운전기사, 일일이 안내·대응해야하는 어려움 토로
마스크 있어야 에어컨 튼다는 사실 몰랐던 시민 '당황'
서울시 "차량 환기 하면서 에어컨 틀도록 정책 조정"

여름이 다가오면서 버스에서 '마스크 시비'가 일어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승객이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에어컨을 끄도록 했기 때문이다.

운전기사들이 일일이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고 마스크 미착용 시 에어컨 가동 불가라는 사실을 모르는 승객들의 당혹감이 더해지며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 2월 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버스에 손세정제와 마스크가 비치돼 있다. [뉴시스]

9일 버스운전기사 A씨는 승객끼리 '마스크 시비'가 붙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는 "승객이 서로 '당신 때문에 더운 데 에어컨을 틀지 못한다'며 시비가 붙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마스크 갈등은 승객과 기사 사이로 번지기도 한다.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기사에게 항의하는 승객도 있다. 

버스운전기사들은 "마스크를 안 쓰고 들어오시는 분이 있으면 (마스크를) 써달라고 일일이 대응을 해야 해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승객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에어컨을 켤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다.

고등학생 최모 군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버스를 타려다 "학생, 마스크 없으면 에어컨 꺼야 하는데 괜찮겠어요?"라는 버스 운전기사의말을 듣고 당황했다.

최 군은 "마스크를 안 끼면 에어컨을 틀 수 없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취지는 공감하지만 순간적으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 은평공영차고지의 유성운수 사무실에서 담당자가 "에어컨 가동 전 승객마스크 착용여부를 확인하고, 마스크 착용하지 않은 승객이 있으면 에어컨을 가동하지 말라"는 공지를 보여주고 있다. [김지원 기자]

유성운수에서 배차를 담당하는 윤모 씨는 "기사들에게 떠넘긴 느낌"이라며 "방송이나 언론에서 대중교통 이용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아니면 에어컨을 틀지 못한다고) 홍보가 돼 있지 않으니, 기사들이 일일이 대응을 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민주주의 원칙을 해하지 않는 한에서 시 차원에서 시민분들에게 홍보를 해야 한다"라며 "그래야 기사들이 일일이 말하지 않고 운전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버스 기사는 "마스크 착용 설명 등 모든 게 기사들의 몫"이라며 "에어컨을 끄라는 정도로만 말하는 게 아니라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명확히 공표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차량 환기를 하면서 에어컨을 틀도록 정책을 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처음에는 마스크를 착용 안 한 승객분이 있으면 에어컨을 끄도록 공지를 했다"며 "하지만 에어컨을 못 튼다고 승객분들끼리 싸움이 나는 경우가 있어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면서 에어컨을 틀라고 공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목적은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는 것인데, 권고사항일 뿐 강제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기사님들의 고충을 알고 있다. 시민들이 의식을 가지고 마스크를 착용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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