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다" vs "낚였다"…5%대 적금 가입조건 뜯어보니
강혜영
khy@kpinews.kr | 2020-04-29 17:12:23
우대조건 까다롭거나 고금리 적용 기간 짧아…"낚였다"는 반응 잇따라
제로금리 시대 개막으로 '은행에 돈을 맡길수록 손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초로 0%대로 떨어지면서 시중은행 예금 금리도 역대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이에 따라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 혜택을 볼 수 있는 적금 상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에서 최고 금리가 연 5%대에 달하는 적금 상품이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고금리 마케팅 상품들을 자세히 뜯어보면 가입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거나 실제 혜택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초저금리 시대에 고금리 상품 출시 잇따라
한국은행이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의 '빅컷'을 단행했다. 기준금리가 0.75%로 내려간 여파로 은행권의 예·적금 상품 금리 역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은행권 저축성 수신금리는 0.16%포인트 하락한 1.27%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3월 신규 가입 정기예금 중 금리가 0%대인 상품 비중은 10.6%에 달했지만, 신규 가입액 중 이자가 연 2%대인 상품 비중은 0.3%로 줄어들었다. 나머지 89.1%는 모두 1%대 상품이었다. 일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적금 상품의 기본 금리도 0%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의 고금리 적금 상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현대카드와 손잡고 최고 연 5.7%의 고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적금 '우리 매직(Magic) 적금 by 현대카드'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 1.7%로 우대 금리는 우리은행과 현대카드 이용 실적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우대금리는 우리은행 첫 거래 고객이거나 우리은행 계좌로 급여(또는 연금) 수령조건 충족 시 연 0.5%포인트가 제공된다. 특별우대금리는 현대카드 이용실적에 따라 제공되는 금리로 현대카드 사용실적 및 자동이체 조건 충족 시 최대 연 3.5%포인트가 제공된다. 이 적금의 가입 기간은 1년이다. 월납입 한도는 최대 50만 원이다
신한은행의 '첫급여 드림 적금'도 지난달 29일 기준 세전 온라인 금리로 연 최고 4.5%를 받을 수 있다. 기본금리는 1.5%로 적금 가입 2개월 전 급여이체 실적이 없는 첫 급여이체고객 또는 My급여클럽 서비스 가입 고객이 우대조건을 충족할 경우 입금건별 최대 연 3.0%까지 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다. 가입기간은 1년이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제2금융권에서도 고객 유치를 위해 고금리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지난 3월 출시된 웰컴저축은행의 '웰뱅하자 정기적금'은 최대 연 5.0%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 1.5%에 웰컴저축은행 입출금통장 평균잔액 50만 원일 경우 1.5%포인트, 월컴 입출금통장으로 자동납부 월 2건 이상 실적이 6개월 이상 있으면 2.0%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달 20일 삼성카드 및 우리카드와 제휴해 우대금리를 최고 연 4.5%까지 주는 'MG가득정기적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삼성·우리카드 이용실적에 따라 우대금리가 최고 연 2.5%포인트까지 제공된다. 신규 및 기존 고객에 따른 차등은 없다. 이용실적에 따른 우대금리는 연간 800만 원 이상 사용 시 연 1.0%포인트, 1500만 원 이상 사용 시 연 2.0%포인트를 제공한다. 자동이체 5회에 따른 우대금리는 0.5%포인트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우대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상품 출시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추세적으로 봤을 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적금 실제 혜택은 그다지?…"낚였다" 등 반응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고금리 마케팅 상품의 실제 혜택은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신한은행의 첫 급여 드림의 경우 지난 4월 29일 기준 최고 금리는 연 4.5%지만 이를 가입기간 내내 받지는 못한다. 급여이체 실적 3개월을 달성하면 우대금리 1%포인트, 6개월 유지 시 2%포인트, 9개월을 넘겨야 3%포인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즉, 상품 가입 이후 9개월 이체 분부터 3개월 동안만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이유로 적금에 가입했다가 해지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달 한 포털사이트의 재태크 관련 카페에는 '신한 첫급여 드림 적금 가입했다 해지했어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당일로 해지했다"면서 "낚였다. 실제 금리는 연 5%가 아닌 3%도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 초년생인 직장인 이 모(30) 씨도 "요새 금리가 낮아 조금이라도 높은 상품을 찾기 위해 은행 예·적금을 많이 알아봤는데 구체적으로 따져보니 각종 우대조건으로 실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 드물었다"면서 "고금리 상품으로 홍보만 하고 결국 일반 예·적금으로 유도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출시한 적금 역시 기본 금리는 연 1.7%에 불과하다. 우대금리를 3.5%포인트나 더해야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특히 현대카드 실적에 따른 우대금리 중에서 현대카드 기존 고객의 경우에는 카드 사용액이 적금 가입월부터 만기일 전월 말까지 1000만 원을 넘어야만 1%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주어진다. 이에 소비자들은 '지나친 조건'이라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해당 적금과 관련한 게시물에는 "들고 있지 않은 카드라 새로 발급받아야 하고 원래 현대카드를 쓰고 있어서 1000만 원은 써야 혜택받는다고 해서 그냥 포기했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 밖에도 "금리 보고 혹해서 내용 살펴보니 신용카드를 너무 많이 써야 한다" 등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 사실상 광고된 만큼의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내용의 댓글이 이어졌다.
소비자들이 적금 가입 조건을 사전에 살펴야 하겠지만, 은행들도 과대광고의 여지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 고금리 상품에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범위에서 벗어난 고금리 상품이라고 홍보되는 적금 상품들은 소비자 입장에서 조건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금융상품들은 '연 최고 몇 퍼센트' 등의 수치를 중심으로 홍보하는 측면이 있다 보니 은행에서도 과대광고 여지를 주는 마케팅을 지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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