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의 '온라인 야망' 통할까…쿠팡·신세계 잡는다

남경식

ngs@kpinews.kr | 2020-04-27 18:01:29

압도적 데이터 기반 '개인별 추천 서비스' 강조
경쟁사와 달리 물류센터 신설 계획無
아이덴티티 부족 vs "기존에도 사업 잘해왔다"

롯데그룹의 야심작인 온라인 쇼핑 통합 플랫폼 '롯데온(ON)'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롯데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개인별 추천 서비스'를 핵심 경쟁력으로 손꼽았다. 별도의 대형 물류센터 신설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쿠팡과 신세계그룹의 SSG닷컴 등 경쟁사가 물류(배송 서비스) 강화에 집중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같은 롯데의 행보가 '신의 한 수'일지 '자충수'일지 관심이 모인다.

▲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가 롯데ON의 경쟁력에 대해 27일 설명하고 있다. [남경식 기자]

롯데쇼핑은 롯데 유통 계열사 7개 쇼핑몰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을 4월 28일 출범한다.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조영제 대표는 27일 열린 롯데온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롯데온의 궁극적인 목표는 검색창이 없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라며 "통합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개인의 고객에게 고도의 상품 추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별 추천 서비스 자체는 새롭지 않다. 쿠팡,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SSG닷컴, 11번가, 위메프, 티몬 등 웬만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은 이미 실시 중인 서비스다.

롯데는 유통업계 1위 기업의 압도적인 규모를 통해 서비스 경쟁력을 차별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 대표는 "롯데의 지난해 유통 매출은 42조 원으로 유통업을 시작한 후 줄곧 1위를 지켜왔다"며 "국민 75%가 롯데멤버스 회원이고 국내 상권 91%는 롯데 1만5000여 개 매장과 만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사업만 하는 곳과 차원이 다른 양의 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이는 곧 서비스의 수준 차이로 이어진다"며 "한국에 있는 어떤 곳에서도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사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 롯데온 앱 실행화면. [롯데쇼핑 제공]

롯데쇼핑은 온라인 사업을 위해 대형 물류센터를 신설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롯데마트 등 기존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조 대표는 "쿠팡 등 다른 회사에서 가장 많이 쓰는 비용이 물류"라며 "물류 비용을 최소화해서 이익구조를 개선시키겠다"고 밝혔다.

롯데온은 롯데마트와 협업해 '바로배송' 서비스를 선보인다. 바로배송은 주문 후 1시간에서 1시간 30분 내로 주문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롯데마트의 풀필먼트 스토어에서 배송이 진행된다.

현재 롯데마트 중계점과 광교점 2곳에만 풀필먼트 스토어가 마련돼 있다. 롯데쇼핑은 기존 롯데마트 공간을 활용해 풀필먼트 스토어를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바로배송을 롯데온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지는 않을 계획이다.

조 대표는 "경쟁사에서 하는 단일화된 배송 서비스보다는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배송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며 "1만5000여 개 점포를 최대한 활용해서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온은 바로배송 외에도 새벽배송, 스마트픽 등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새벽배송은 롯데슈퍼 전국 13곳의 온라인 전용 프레시센터를 통해 운영된다. 스마트픽은 편의점 세븐일레븐 점포에서 배송 물품을 받아 갈 수 있는 서비스다.

롯데쇼핑은 2023년까지 온라인 사업에서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고 흑자 전환도 이뤄낸다는 포부다.

▲ 네오003 내부 전경. [SSG닷컴 제공]

롯데쇼핑과 달리 주요 온라인 쇼핑업체들은 물류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2월 말과 3월 초 주문이 폭증하면서 온라인 업체의 물류 역량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센터는 2014년 27개에서 2019년 168개로 늘었다. 쿠팡은 올해 2월 제주도까지 로켓배송 지역을 확대했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자정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까지 배송이 완료되는 서비스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세 번째 네오가 본격 가동됐다. SSG닷컴은 2024년까지 네오 7곳을 추가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오픈마켓인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도 경기도 동탄에 초대형 물류센터를 지난해 오픈하며 물류 역량을 강화했다.

온라인 쇼핑업계 '다크호스'로 불리는 네이버도 배송 경쟁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최근 CJ대한통운과 협력해 LG생활건강 제품을 24시간 내에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히 LG생활건강은 쿠팡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어 눈길을 끌었다.

경쟁사인 쿠팡 '로켓배송', SSG닷컴 '쓱', 이베이코리아 '스마일클럽' 등과 같은 롯데온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정체성)는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롯데온만의 강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명쾌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조 대표는 "식품, 물류 등 강점을 내세운 곳들은 그것밖에 할 수 없는 구조일 것"이라며 "기존 유통사들이 워낙 사업을 잘해왔기 때문에 이를 총망라하는 데 좀 더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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