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광글라스, 경영승계 위해 '꼼수'…주주 "소송 검토"
남경식
ngs@kpinews.kr | 2020-04-24 18:21:15
오너 일가 이익 위해 삼광글라스 가치 낮게 산정?
소액주주 "모두 윈윈하는 합병안 마련해야"
밀폐용기 '글라스락'으로 유명한 삼광글라스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배불리기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소송 제기도 검토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광글라스는 합병 및 분할합병 안건을 상정한 임시주주총회를 5월 14일에서 7월 1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분할기일은 6월 30일에서 8월 4일로 정정했다.
삼광글라스 측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다수의 이해관계자와의 대면 협의 진행 및 회사의 실무 준비가 다소 지연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삼광글라스 측이 지배구조 개편 관련 논란을 의식해 일정을 미뤘다고 보고 있다.
삼광글라스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 조성배 대표는 "금융감독원이 정정 제출을 요구한 합병 증권신고서 작업이 늦어지면서 주주총회를 연기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삼광글라스에 합병 증권신고서를 정정해 다시 제출할 것을 4월 9일 요구했다.
삼광글라스는 지주회사 전환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삼광글라스의 투자부문과 군장에너지, 이테크건설의 투자부문 등 3사가 합병을 진행, 합병법인이 지주회사 역할을 맡는다. 삼광글라스에서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로 이어지는 기존의 직렬식 지배구조에서 지주회사 중심의 병렬식 지배구조로 전환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삼광글라스는 물적 분할을 통해 사업부문을 100% 자회사로 두고, 남아있는 투자부문이 군장에너지를 흡수 합병한다. 이테크건설로부터 인적 분할한 투자부문은 삼광글라스와 합병한다.
삼광글라스 소액주주 다수는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합병 및 분할합병 비율 때문이다. 삼광글라스 측은 합병 및 분할합병 비율 산정 과정에서 삼광글라스는 '기준시가법', 이테크건설 투자부문과 군장에너지는 '본질가치법'을 적용했다.
주주들은 삼광글라스에 본질가치법이 아닌 기준시가법을 적용한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준시가법 적용에 따라 삼광글라스의 합병가액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광글라스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도 감소하게 됐다.
이 같은 합병가액 산정은 현행 자본시장법에 위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삼광글라스 오너일가가 승계 작업을 위해 관련 법을 교묘히 이용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디앤에이치투자자문은 삼광글라스 측에 '새롭고 공정한 분할합병안 추진 제안'이라는 제목의 주주서한을 4월 13일 보냈다. 합병 과정에서 삼광글라스의 가치가 저평가됐고 이로 인해 소액주주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새로운 안을 내놓으라는 게 서한의 골자다.
디앤에이치투자자문은 삼광글라스 측이 기준시가 산정을 위해 올해 2월 18일부터 3월 17일까지의 주가를 사용했는데 이 시기는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폭락해 제대로 된 가치 산정 기준으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너 일가가 수혜를 입는다는 점도 언급했다. 지배구조 개편안에 따르면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 지분율은 22.18%에서 8.66%로 줄어든다. 장남 이우성 씨와 차남 이원준 씨의 지분율은 각각 20.75%, 18.68%로 오른다. 최대 주주가 오너 일가 2세로 바뀌는 셈이다.
이번 기회에 증여세를 내지 않으면서 승계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삼광글라스의 가치를 일부러 떨어뜨렸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다.
경제개혁연대는 삼광글라스 이사회에 4월 23일 공문을 보내 지배구조 개편안의 의문점에 대해 질의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합병 및 분할합병에 있어 가급적 높은 가액으로 평가하는 것이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당연한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자산가치보다 27% 낮은 기준시가를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합병법인에서의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약 47%로 현재 삼광글라스에 대한 지분율 37.12% 보다 약 10%p 이상 늘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지배구조 개편이 삼광글라스를 구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설명에 대해서도 주주들은 반박하고 있다. 앞서 삼광글라스 측은 "1차적 목표는 삼광글라스를 살리는 데 있다"고 밝혔다. 삼광글라스가 2017년~2019년 3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합병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삼광글라스는 지배구조 개선 없이도 이미 실적을 개선한 상황이다. 삼광글라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2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소액주주 비대위 조성배 대표는 "지배구조 개편에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며 "사측이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합병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사측이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 및 분할합병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현재 안을 막무가내로 강행할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삼광글라스는 이복영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의 총 지분율이 45.3%다. 오너 일가를 제외한 주주 대부분이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해 반대 표를 던지지 않는 이상, 안건은 주총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삼광글라스 측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이 오너 일가를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부인했다. 오히려 모든 주주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삼광글라스 관계자는 "증여세 감면 효과는 전혀 없다"며 "지배구조 개편 이후 언젠가 이복영 회장의 지분을 상속할 경우 증여세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존 지배구조에서는 계열사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사업이 악화하면 모든 계열사가 타격을 받았다"며 "지배구조가 바뀌면 이 같은 문제가 개선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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