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린푸드 노동자 집단발병…노사의 진실공방
김혜란
khr@kpinews.kr | 2020-04-23 15:46:38
금속노조 "회사, 노동자 협박" vs 그린푸드 "노조가 사실 왜곡"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일하는 현대그린푸드 식당노동자 14명이 최근 두 달간 집단으로 안과질환에 걸렸다. 노조 측은 회사가 집단재해를 알린 노동자들을 회유하고 협박했다고 주장한 반면 회사 측은 사실무근이며, 되려 노조가 노사합동조사를 반대했다고 반박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금속노동조합울산지부와 현대그린푸드에 따르면 지난 2~3월 현대차 울산52공장 식당에서 일하는 현대그린푸드 정규직 14명이 안과질환에 걸렸다.
이들의 제보를 받고 재해조사에 착수한 울산지부는 52식당 노동자들이 식판과 식탁테이블을 닦을 때 사용한 락스와 세제 혼합물을 쓴 것을 확인했다. 이때 울산지부는 락스 주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NACIO)과 세정제가 만나 유독성 기체인 염소가스가 발생해 안과질환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하며, 정확한 원인 규명을 고용노동부울산지청에 요청했다.
또 울산지부의 조사 과정에서 현대그린푸드 관리자가 "제보한 사람은 내게 찾아와라" "누가 물어보면 마스크 쓰고 일해서 그렇다고 해라" "병원 가느라 쓴 연차를 근태서 제해주고, 회사서 치료비를 지원해주겠다" 등의 언행으로 식당노동자들을 압박, 회유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현대그린푸드는 이러한 울산지부 측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힘도 없는 관리자가 이런 말을 했다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그린푸드에 따르면 회사가 실시한 근로자안전교육에는 '락스를 세제에 섞으면 안 된다'라고 내용이 포함됐다. 또 락스 혼용이 실제로 있었는지, 이런 일로 안과질환이 생긴 건지는 노사합동조사를 통해 가려져야 하는데 울산지부가 이러한 조사를 피하고 있다는 게 그린푸드의 주장이다.
이에 울산지부 관계자는 "노사합동조사 방식에 대한 이견이 있었지, 우리가 이런 조사를 피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사가 각각 추천한 전문위원을 뽑아서 조사를 진행하자고 했지만 회사는 '우리끼리 해결하지'라는 반응을 보이며 거부했다"고 말했다. 또 "회사가 산업안전보건 규정 개정으로 관련 위원회를 소집하자고 말한 것은 사실이나 정작 정식의제에는 '52식당의 안과질환 집단발병'은 포함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울산공장 22곳의 식당은 5개 섹터로 나눠 섹터장이 관리하는데, 이 중 52공장 식당을 담당하는 섹터장만 락스와 세제 혼합사용을 묵인했다"며 "이로 인해 유독 52식당노동자들만 안과질환이 생겼다는 게 합리적인 생각이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52공장 식당 내에서 안과질환이 발병한 14명은 각막손상에 따른 안구건조증 진단을 받거나 눈물을 흘리고 눈을 비비면 멍이 드는 증세를 보였다. 이들은 개인적으로 내원했으나, 동료들도 병원에 다니는 걸 알자 노조 측에 집단재해 사실을 알렸다.
고용노동부울산지청은 "감독관이 해당 내용을 접수한 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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