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도산 위기'인데…제주항공은 왜 이스타항공 인수했나

김이현

kyh@kpinews.kr | 2020-04-23 15:46:04

LCC 업계 1위 제주항공, 부채비율·영업익 적자전환에 '흔들'
이스타항공은 '회생 불가 회사' 판단…항공기·노선 조정 돌입
"지금 상황에서 굳이 왜 인수하나…시너지 창출효과도 의문"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벼랑 끝에 몰렸다. 전 직원 '무급휴직'에 이어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는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의 맏형 격인 제주항공은 치솟는 부채비율과 적자 전망에 흔들리고 있다.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인데, 고사 직전인 이스타항공 인수까지 나서면서 부담이 커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코로나19를 명분 삼아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 이스타항공이 전 노선 운항을 중단한 지난달 2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발권 창구에 사람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2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지난 달 13일 제주항공이 기업결합을 신고한 지 6주 만이다. 공정위는 이스타항공을 공정거래법이 규정한 '회생 불가 회사'로 규정했다. 기업 간 결합이 해당 분야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우려가 있을 경우 이를 허용하지 않지만, 이스타항공이 살기 위해선 제주항공의 인수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당초 제주항공 외에는 인수희망자가 없었다. 이스타항공은 보잉 737 맥스8 기종의 운항 중단, 일본 노선 감소로 적자 규모가 심각한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맞물렸다. 이에 인수금액은 지난해 12월 양해각서(MOU) 체결 당시 책정된 가격보다 150억 원 낮은 545억 원으로 확정했다. 그간 실사를 진행하면서 이스타항공의 기업가치도 대폭 낮아졌기 때문이다.

'공룡 항공사'로 1위 굳히려다 코로나19에 상황 급변

제주항공이 기대한 건 '규모의 경제'다. 생산규모 확대에 따른 생산비 절약과 수익향상, 즉 LCC 업계의 '공룡'으로 1위로서 자리를 굳히겠다는 목표였다. 제주항공이 운용 중인 여객기 45대와, 이스타항공 여객기 23대를 더하면 기단 규모가 70대 수준으로 커진다. 국적항공사 2위인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가 80여 대임을 감안하면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LCC 업계는 지난 2월부터 국제선 운항을 순차적으로 중단하면서 매출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 직면했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리스비, 인건비 등 고정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임직원 임금 삭감, 무급휴직 등으로 마른수건을 짜고 있다. 수천억 원 규모의 정부지원 방안에도, 불어난 적자에 향후 수익성까지 담보할 수 없는 실정이다.

▲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도 지난해 적자를 면치 못했다. 사진은 제주항공 여객기 [제주항공 제공]

제주항공 적자전환…이스타항공은 수년째 자본잠식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해 영업손실 329억 원을 기록해 전년(1012억 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2017년부터 유지해온 영업이익 1000억 원대 '릴레이'가 깨진 데 이어 당기순이익(709억 원)도 -341억 원으로 적자전환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부채비율도 2018년 170%에서 2019년 351%로 급증해 이자비용 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스타항공 매출액은 5518억 원, 영업이익 -793억 원, 당기순이익 -908억 원, 자본총계 -632억 원을 기록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자본잠식상태였다. 결국 모든 국내·국제선 운항을 멈춘 '셧다운' 상태에 들어갔고, 3월에는 월급도 지급하지 못했다. 조만간 정리해고 대상자 명단을 공지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이 기대했던 덩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스타항공은 리스 계약한 23대의 기재 중 10대의 조기 반납을 추진 중이며, 현재 2대는 이미 반납을 완료한 상태다. 아울러 제주항공(88개)과 이스타항공(34개)이 보유하고 있는 노선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파이 확장을 통한 시너지는 이륙하기도 전에 날개가 꺾인 것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지난해 계약 당시 예상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긴 하다"면서도 "상황이 힘들지만 LCC 업계에서 1위를 유지하는 건 동일한 만큼, 인수 후 파이를 더 키우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적자규모 더 커져

향후 전망은 더 우울하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스타항공은 3월 중순 이후 국제선 노선 전면 운휴로 인해 2분기 영업손실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면서 "최악의 항공업황 하에서 이스타항공 인수는 차입금 증가 및 재무구조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3분기에 코로나19가 진정된다 해도 개학연기에 따른 방학일수 감소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도 "최종 인수 결정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전인 초기에 한 듯한데, 이렇게 위기가 커질 줄은 몰랐을 것"이라면서 "항공업계 모두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LCC 업계도 시장 재편이 일어나면서 인수가 무리한 결정이라고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생존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2일 공공운수노조 가입 및 향후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갑자기 말 바꿔 구조조정…경영권 넘기기 급급"

노조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거래는 되레 코로나19 틈을 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항공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직원들이 쉬고 있는 상황인데,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얘기가 돌았다"면서 "경영진은 제주항공 쪽에서 자금을 투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을 뿐 비밀스러운 상황이라, 구체적 내용은 들은 게 없다"고 말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MOU를 맺을 때 고용은 그대로 승계되고 구조조정은 없다고 말했는데, 올 2월 갑자기 말이 바뀌었다"면서 "이스타항공 창업주 일가는 빨리 경영권을 넘기고, 매각대금 챙기는 데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를 핑계로 몸집을 줄이는 건 이스타항공 오너들이 제주항공을 위해 주는 선물이고, 선물을 달라고 오더를 내린 것은 제주항공"이라고 주장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모회사는 애경그룹이라 유동성이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항공업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굳이 인수에 나선 건 의문"이라면서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고 항공기가 이전처럼 원활히 떠다녀봐야 알겠지만, 지금으로선 어떤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양동훈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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