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했더니 '꿀꺽'?…12톤 '중국의 고추장'이 사라졌다
조채원
ccw@kpinews.kr | 2020-04-22 17:50:04
기부 날짜·주체·수량 달라…시 당국 해명에도 의혹 여전
중국에서 코로나19 구호물품의 유용이 발생한 데 이어 물품 자체가 사라져 관리 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가 된 물품은 '라오간마(老干妈)'. 고추양념장 라오간마는 훠궈, 마라샹궈, 볶음밥 등에서 매운맛을 낼 때 쓰이는데, 한국의 고추장 급으로 중국인들에겐 '국민 소스'로 불린다.
구이저우신문(贵州新闻)에 따르면 라오간마를 기부한 회사는 구이저우성에 본사를 두고 있는 '구이저우난밍라오간마풍미식품유한책임회사(贵阳南明老干妈风味食品有限责任公司 이하 라오간마 유한회사)'다.
1996년 설립된 라오간마 유한회사는 지난해 45억 위안(한화 7815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중국 100대 브랜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전부터 성실한 납세와 사회환원으로 유명했던 라오간마 유한회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라오간마 유한회사는 100만 위안(1억 7300만원)의 현금과 203만 위안에 달하는 1만5000개의 라오간마를 후베이성과 구이저우시에 기부했다.
구이양일보(贵阳日报)에 따르면 기부한 100만 위안의 현금은 2월 12일 우한시적십자회로, 2월 24일 약 12톤에 해당하는 라오간마는 후베이성 어저우시로 보내졌다.
그런데 문제는 어저우(鄂州)시에서 생겼다. 어저우시 생활물자보장반 지휘통제부에 접수된 라오간마의 수량이 달랐던 것이다. 지휘통제부에 의하면 어저우시는 지난 2월 22일에 라오간마 1670개를, 3월 4일에는 1000개를 수령했다. 이는 각각 10톤, 6톤 분량에 해당한다. 게다가 장부에 적힌 '기부 주체'도 구이저우성인민정부와 구이양TV였다. 라오간마 유한회사가 구이저우 성정부를 통해 어저우시에 구호물품을 전달했다고 해도 날짜와 수량이 맞지 않는다.
라오간마 유한회사가 기부했다던 12톤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이다.
논란이 뜨거워지자 어저우시는 지난 14일 '12톤 라오간마 행방'에 대한 해명글을 게시했다. 그러나 두 날짜에 걸쳐 총 2670개의 라오간마를 기부 받았고, 이들을 언제 어디에 몇 개씩 배부했는지에 대해서만 밝혔을 뿐 12톤 분량에 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어저우시의 구호물품 관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19일에도 기부받은 과일과 채소를 파출소 직원들이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 전국적인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중국의 매체 신징바오(新京报)는 지난 15일 사설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하는 동안 기부가 쇄도하면서 기록 상 작은 실수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항처럼 세부적인 사항까지 모두 맞지 않는 경우는 흔치 않다. 어저우시는 해명 전 왜 기부 주체와 소통도 하지 않고,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철저히 조사하지 않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러한 수량, 기간, 기부 주체가 정확히 기재되지 않은 장부를 더욱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추가적인 조사가 이루어질 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 없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