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 김준기 전 DB회장 '집행유예'
주영민
cym@kpinews.kr | 2020-04-17 15:50:16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17일 피감독자간음 및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또 김 전 회장에게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장애인 복지시설 각 5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판결에 따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김 전 회장은 이날 석방된다.
이 판사는 "피해자 진술 내용 자체에서 모순되거나 기록상 드러나는 사실관계와 모순되는 부분을 발견하기 어려워 진술 신빙성이 높다"며 "김 전 회장은 사회적으로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야 할 그룹 총수의 지위에 있음에도 그런 책무를 망각한 채 피해자인 별장의 가사도우미와 비서를 여러 차례 추행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김 전 회장은 미국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수사기관의 수사에 응하지 않았고, 이후 뒤늦게 귀국해 체포됐다. 범행 후 정황이 좋지 않다"면서도 "김 전 회장이 피해자들로부터 모두 용서를 받았다. 김 전 회장은 대부분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75세의 나이를 갖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잘 1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 전 회장이 자신의 추행을 거부하기 어려운 지위에 있는 피해자들에 대해 위력을 이용해 추행했다"며 징역 5년형을 내려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신상정보 공개·고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7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전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코로나19 사태 수습에 동참하고 싶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김 전 회장은 "코로나 때문에 많은 기업이 패닉상태 빠져있고 하루속히 혼란을 수습해야 하는데 저도 동참하고 싶다"며 "지근거리 여성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에 대해 대단히 후회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남은 생을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공헌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은 "피해자 가사도우미는 탄원서를 통해 김 전 회장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있기에 피해자의 진술이 모순됨에도 탄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피해자들의 진술에 대해 전혀 다투지 않았다"며 "경제적으로도 피해자들이 원하는 돈을 전부 준 점까지 고려해 관대한 처분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김 전 회장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자신의 별장에서 일한 가사도우미를 성폭행·성추행한 혐의와 2017년 2∼7월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7년 7월부터 질병 치료차 미국에 머물던 김 전 회장은 그해 9월 여비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듬해인 2018년 1월 가사도우미도 김 전 회장을 고소했으나 그는 6개월마다 체류 기간을 연장, 미국에 머물며 경찰 수사를 피했다.
그러나 경찰이 김 전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린 데 이어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하는 등 압박하자 2년3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23일 새벽 귀국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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