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몰랐는데 1·2심 유죄…대법 "재판 다시"
주영민
cym@kpinews.kr | 2020-04-14 11:01:00
피고인의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아 법원이 보낸 서류를 받지 못해 재판이 진행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면 이는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자신이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을 판결이 확정되고 한참 후에야 알게 된 해당 남성은 뒤늦게나마 재판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폭행 혐의로 기소된 최모 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과 120시간 사회봉사를 명령한 원심 재판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며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대법원은 "최 씨가 개인사정은 밝히지 않았지만, 법정에 나올 수 없던 이유가 있었고 최 씨 잘못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이런 사정과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라 최 씨가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해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최 씨는 술값을 못 내겠다며 술집 주인과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 재판은 최씨가 법정에 나타나지 않고, 소재도 확인되지 않아 최 씨 없이 판결까지 내렸다.
소송촉진법 제23조에 따르면 형사재판 1심 도중 일정기간 이상 피고인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사형, 무기징역, 장기 10년 이상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이 아니라면 피고인 없이 재판이 가능하다.
1심은 경찰에 최 씨를 찾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찾지 못했다. 이에 최 씨가 받아야 할 공소장, 소환장을 공시송달하고 판결까지 진행했다.
공시송달이란 재판 당사자를 찾을 수 없는 경우 법원이 재판서류를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를 통해 당사자에게 알리는 제도다.
2심도 최 씨 없이 진행돼 2018년 2월 항소기각 판결이 나왔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최 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이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대법원 판단을 받게 해달라며 상고장을 제출했다.
대법원은 상고 기한이 한참 지났지만, 최 씨의 상고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소송촉진법 제23조에 따라 1심부터 피고인 불출석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지고 2심에서 확정된 경우 불출석한 데 피고인 잘못이 없었다면 피고인의 뒤늦은 상고라도 받아들여 2심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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