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지르겠다" "생물병기"…일본 코로나19 감염자 괴롭힘 확산
양동훈
ydh@kpinews.kr | 2020-04-13 13:50:08
크루즈 탑승 여성 거주지·이름 공개요구 빗발쳐
일본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학에 "불을 지르겠다"는 협박을 하는 등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괴롭힘이 확산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교토시 교토산업대학에 따르면,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표된 지난 3월 30일 이후 학교가 받은 비방 전화와 메일이 수백 건에 달한다.
소셜네트워크(SNS)와 인터넷 학교 게시판 등에도 학생들을 "생물병기"라며 욕하는 내용이 게재됐다. 감염 학생의 이름과 가족들의 사진까지 인터넷에 올라왔다.
교토산업대학에서는 지난 3월 2일부터 13일까지 유럽으로 졸업 여행을 다녀온 학생 3명으로부터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다만 이들이 여행을 떠났던 시기는 일본이 유럽 국가들에 출국 주의를 요구하는 감염증위험정보 '레벨1'을 내린 상태였다.
교토시는 학생 3명의 감염을 발표하면서 "이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지만, 인터넷 상에서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일본 감염증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인 도도부현이 바이러스 감염자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감염자의 행동 경로와 밀접 접촉자 선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정보를 이용하여 비방과 차별이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싸우는 대상은 사람이 아닌 코로나19"라고 호소하고 있다.
도쿠시마현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객 여성이 도쿠시마현 한 마을에 거주한다고 지난 2월 25일 발표했다. 이후 마을 사무소에는 여성의 거주지와 이름을 밝히라는 전화가 수십 건 걸려왔다.
SNS 상에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이 여성의 동선이 올라왔고, 마을이 직접 나서 비방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감염자에 대한 차별도 잇따르고 있다. 효고현 오노시 기타하리마 종합의료센터에서 5명의 감염자가 나오자, 이사센터가 이 병원 직원의 예약을 취소하기도 했다.
가짜뉴스로 인해 실제로 피해를 보는 사태도 벌어졌다. 가가와현 다카마쓰시의 슈퍼마켓 체인 무미의 회장 부부가 타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했다는 가짜뉴스가 지난 2월 SNS상에 퍼졌다. 회사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무미의 2월 매출은 10% 감소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비난이 계속될 경우 감염자가 지자체에 정보 공개를 거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토 요시히로 무사시노대 사회정보학 교수는 "감염에 대한 불안과 삐뚤어진 정의감이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허위 정보 게재와 명예훼손은 손해배상 요구 대상"이라며 "개인이 냉정히 감염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양동훈 인턴 기자 y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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