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위해 쉬운 공보물과 접근 가능한 투표소 설치를"
김지원
kjw@kpinews.kr | 2020-04-10 14:43:16
"우리가 투표를 못 하는 것은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다. 발달장애인도 투표권을 갖고 있고, 찍고 싶은 사람을 찍어야 한다."
장애인권단체들이 그림투표용지 도입과 수어통역사 배치 등을 통해 장애인의 완전한 참정권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국피플퍼스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10일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의 참정권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이행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크게 △ 그림투표용지 도입을 비롯해 발달장애인을 위한 알기 쉬운 선거 정보제공 △ 선거 전 과정에서의 수어와 자막제공 의무화 △ 모든 사람의 접근이 가능한 투표소 선정 △ 장애인거주시설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 등을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실제 투표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우선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쉬운 선거 안내와 정보가 담긴 공보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문윤경 대구피플퍼스트 활동가는 "선거철마다 오는 공보물은 발달장애인에게 이해하기 어렵게 제공된다"며 "이에 투표소에서 그냥 나오는 발달장애인도 있고, 아무곳이나 무작정 찍는 발달장애인도 있다"고 꼬집었다.
문 활동가는 "발달장애인도 원하는 후보를 찍어야 하는데 부모님이나 시설 교사가 옆에서 간섭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발달장애인이 찍고 싶은 사람을 찍기 위해서 누구에게 투표하고 싶은지 분명해야 하며, (이를 위해) 쉬운 투표 용지와 공보물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들장애인야학에 다니는 박성숙 씨도 "야학도 다니고, 친구와 선생님도 잘 만나요. 나도 투표할 수 있어요.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각 장애인 곽남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선거 공보물 내용이 길다 싶으면 끊기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점자가 3배 분량이다 보니 선거정보 제공 내용이 중간에 끊기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투표과정의 어려움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서기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이전에 선거를 하러 갔다가 경사로에서 떨어질 뻔 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서 대표는 "원래는 경사가 10~15도 이하가 되어야 하는데 20~25도였다"라며 "혼자 갔었는데 위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들어가서, 전혀 안내문이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전체 투표소 중 20% 가까이는 이동약자에게 접근이 어려웠다. 이에 2019년 투표소를 이동약자의 투표소 접근 편의를 위하여 1층 또는 승강기 등의 편의시설이 있는 곳에 설치하여야 한다고 공직선거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적절한 장소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예외조항을 둠으로써, 의무화 조항이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청각장애인 이종운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의원은 "2년 전 투표장을 찾았는데 다른 곳에 있는 수화통역사와 간신히 연결됐고, 멀리 떨어져 있기에 환경에 대한 정확한 안내를 받지 못해 투표를 하는 데 20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수화통역사 인원이 전체 투표소와 청각장애인 수에 비해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공직선거법상 '사전투표소 100m 이내 소란행위 금지' 규정을 들어 집회를 막으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주최 측 간의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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