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현장] "봉인 봉투 끈적이에 비닐 장갑 들러붙어 애먹어"
양동훈
ydh@kpinews.kr | 2020-04-10 10:14:38
시민 의견 "전염 걱정 없다" "줄이 다닥다닥 붙어 무섭다" 갈려
사전투표가 시작된 10일 오전 9시, 종로구청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입구에서는 발열을 확인하는 직원들이 줄이어 서 있었고, 손목을 통해 체온을 확인했다.
쭉 걸어들어가 투표장소인 종로구청 제2별관에 도착했다. 투표소는 3층에 있다. 올라가는 계단에는 투표를 하러 온 시민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줄은 3층 투표소에서 1층까지 이어졌다.
1미터 간격의 물리적 거리 두기를 시행해야 한다고 언론을 통해 알려졌지만, 엄격하게 지켜지지는 않았다. 담소를 나누는 사람, 앞 사람에 바싹 붙어 기다리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이 보였다. 자발적으로 거리 두기를 지키고 있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3층에 도착하자 안내 담당자가 "거리를 벌려 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거리 두기가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는 탓에,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앞에서는 손 소독제를 뿌려주고, 1회용 비닐장갑을 나눠줬다. 비닐장갑은 흔히 주방에서 자주 쓰는 종류였다.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소 안으로 들어갔다. 신분증을 제출하자 마스크를 잠깐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관계자가 얼굴을 확인한 후 지문으로 2차 확인을 했다. 비닐장갑을 끼고 있어 지문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안내에 따라 엄지손가락을 꾹 누르니 어렵지 않게 인식이 됐다.
두 장의 투표용지가 출력됐다. 지역구 투표용지는 순식간에 나왔지만 비례대표 용지는 출력되는 데만 하세월이었다. 각종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빽빽하게 느껴졌다. 특히 칸과 칸 사이 간격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좁아졌다.
선거 진행을 돕는 관계자들은 아무래도 거리 두기에 한계가 있어 보였다. 다들 마스크를 꼼꼼히 착용한 상태였지만,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었다.
이후 절차는 평소 투표과정과 큰 차이가 없었다. 기표소에 들어가 두 장 모두 기표하고, 잘 접어 사전투표자용 봉투에 넣어 봉인했다. 다만 비례대표의 경우 내가 투표할 정당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기표할 때도 혹시 빗나갈까봐 조금 더 신중하게 위치를 잡았다.
또 사소한 불편함이 있었다. 봉인 과정에서 봉투에 붙어 있는 양면테이프에 비닐장갑이 계속 달라붙어 떼내느라 고생을 했다.
사전투표는 봉인된 봉투를 투표함에 넣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코로나19 때문에 여러 절차가 생긴 터라 사전투표에도 평소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전체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종로구청 입구로 들어가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 정도로,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오는 길에는 임시기표소가 설치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임시기표소는 마스크가 없거나 발열 증세가 있는 선거인을 위해 마련된 장소다. 임시기표소는 대기하는 관계자도 없이 휑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서도 권리를 행사하러 온 시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종로구에 사는 60대라고 밝힌 김모 씨는 "체온도 재고 소독도 하고 안전한 것 같다. 전염될 거라는 걱정은 안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줄을 설 때 사람들이 너무 가까워서 마스크를 꽉 꼈다"며 "장갑도 주고 소독제도 주지만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20대 염모 씨는 "뉴스 보면서 (투표 과정이) 엄청 복잡해지고 시간도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전에 투표하러 왔을 때보다 더 빨리 끝난 것 같다"고 했다.
KPI뉴스 / 양동훈·김형환 인턴 기자 y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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