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효 처리될라…48.1cm, 35개 칸 '아슬아슬' 투표용지

김광호

khk@kpinews.kr | 2020-04-09 16:17:29

4·15 총선에 비례대표 신청 정당만 35개…수개표 불가피
투표용지 줄이려 기표란 좁혀…무효표 많이 나올까 우려
전문가 "기형적 연동형비례제 때문에 이번 사태 벌어져"

무려 35개 정당이 비례대표를 신청한 '4·15총선'에서 정당투표 용지 길이만 48.1cm에 달해 유권자들이 어느 때보다 선택에 혼란을 겪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016년 4·13 총선과 비교를 해 보면 당시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는 33.51cm로 그 때도 역대 최장이었는데, 이번에 그 기록마저 깬 것이다.

▲ 서울 중구 시온정판인쇄사에서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오후 4·15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용지를 검수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는 투표지 길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기표란의 세로 폭은 1cm, 기표란 사이 여백도 0.2cm로 좁아졌다.

예전보다 더 정성을 들여 찍지 않으면 제대로 기표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전자개표기에는 길이 34.9cm 이하의 투표용지만 들어갈 수 있는데, 용지가 너무 길어 전자개표기도 쓸 수 없어 모두 수작업으로 개표를 해야 할 상황이다.

이렇게 투표 용지가 길어진 것은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이 35개나 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투표 용지를 위에서부터 살펴보면 맨 위칸이 '기호 3번'부터 시작된다. 기호 1번인 더불어민주당과 기호 2번 미래통합당 모두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을 추진하면서 자체 비례 후보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20대 국회에서 세 번째로 의석수가 많은 민생당(20석)이 기호 3번으로 비례 투표용지 맨 윗자리를 선점하게 됐다.

비례대표용 정당인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은 창당한 지 1∼2개월밖에 안 됐지만, 역시 투표용지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모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후보 등록 막판까지 '의원 꿔주기'를 통해 고군분투한 결과이다.

시민당 다음으로 의석수가 많은 정의당(6석)은 기호 6번을 달고 네번째 칸에 들어갔다.

지난 지방선거 때의 기호 '5번'을 이번에도 받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겠지만, 더불어시민당이 5번을 차지하면서 한 칸 밀린 6번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어 정의당 다음으로 2명의 현역의원(서청원·조원진)을 보유한 우리공화당이 7번을 받았다.

그 아래로 민중당(김종훈)·한국경제당(이은재)·국민의당(권은희)·열린민주당(손혜원)·친박신당(홍문종)은 똑같이 의석 1석씩을 갖고 있다. 이들 중 지난 선거에 출마했던 민중당과 한국경제당이 우선권을 가져 당시 득표율 순으로 8번, 9번을 받았다.

나머지 당은 추첨을 통해 각각 10·11·12번을 가져갔고, 의석이 없는 원외정당들은 13번부터 가나다순으로 기호가 정해졌다.

▲ 서울 중구 시온정판인쇄사에서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오후 4·15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용지를 검수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무려 35개 정당이 비례대표를 신청해 정당투표 용지 길이만 48.1cm에 달한다. [정병혁 기자]

이처럼 수십 개 정당이 난립하다 보니 뭐가 뭔지 헷갈린다 하는 유권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이 24개를 넘어 투표지분류기를 사용할 수가 없게 되면서 2002년 지방선거에서 개표기가 등장한 이래 18년 만에 수개표 실시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개표 결과 발표도 일부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9·20대 총선에서 개표에 걸린 시간은 각각 6시간 23분, 7시간 50분으로 총선 다음날 0시 23분과 오전 1시 50분경 개표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각 시·도 선관위에서 이런 상황에 대비해 1, 2월 동안 수개표 모의 연습을 수차례 진행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에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기형적인 선거제도로, 이 때문에 이번에 35개 정당이 난립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투표용지에 각 정당이 표기된 칸의 크기를 이전보다 확 줄이다보니까 찍을때 무효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신 교수는 또 "수개표여서 개표 시간도 오래 걸려 투표 결과 발표가 이전 선거보다 훨씬 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위성정당 사태 같은 꼼수를 막기 위해서라도 차기 국회에선 선거법이 꼭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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