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손목밴드' 논란…"뭐라도 해야" vs "효과 있을지"
김광호
khk@kpinews.kr | 2020-04-08 15:59:36
"공익 측면서 고려" vs "실효성 의문"…찬반 팽팽
최근 자가격리자의 이탈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자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자가격리 중인 사람들에게 '손목밴드(전자팔찌)'를 착용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에 대해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인 강제조치가 필요하다는 찬성 입장과 함께 범죄자에게나 쓰는 전자장치까지 도입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손목 밴드는 자가격리자의 스마트폰과 연동해 10m 이상 떨어지면 모니터링단에 경보를 전송,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출동해 이탈을 확인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 7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한 비공개 회의에서 전자 손목 밴드 도입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도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아직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며 "부처들의 의견을 좀더 모으고 지혜가 필요한 대목이 있다.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에 대해서도 더 귀 기울여 살펴보고 최종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6일 오후 6시 기준 자가격리자는 4만6566명으로 일주일 전인 지난달 30일(1만7501명)의 약 2.7배로 늘었다. 최근 며칠 새 △2일 2만7066명 △3일 3만2898명 △4일 3만7248명 △5일 4만1723명 등으로 하루에 약 4000~5000명씩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자가격리 지침을 어겨 감염병예방법 혹은 검역법 위반으로 사법처리 절차가 진행 중인 사람이 75명(67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휴대전화를 격리장소에 두고 외출하거나, 휴대전화의 위치추적 장치를 끄고 외출하는 방식으로 이탈 행동을 했다.
이달 초 동남아 국가에서 입국한 서울 노원구의 20대 남성은 자가격리 중 지난 6일 외출해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에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60대 여성이 자가격리 중이던 40대 아들과 인근의 사찰을 방문하기도 했다.
정부는 자가격리 대상자들의 동의를 받아 손목 밴드를 부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전자팔찌'가 범죄자들이 착용하는 '전자발찌'를 연상케 한다는 점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손목 밴드 착용을 피하려고 유증상자들이 코로나19 검사 자체를 회피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의료계에서도 손목밴드가 실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손목밴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감염병 전문가들은 공익적 측면에서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공공의 목적에서 도입을 논의해봐야 한다"며 "4만명에 이르는 자가격리자를 아무런 아이디어 없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관리하면 뉴욕, 밀라노처럼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물론 법률적·윤리적 측면을 검토해야겠지만, 논의조차 하지 않는 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손목밴드 도입이 인권 침해 소지가 있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휴대폰과 손목밴드를 모두 집에 놓고 외출한다면 이탈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이탈한 자가격리자를 추적·관리할 만한 인력이 충분한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정기석 한림대의대 교수는 "손목밴드 착용으로 외출을 막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밤늦은 시각, 이른 새벽에 이탈하면 결국 경찰 등 사법권을 동원해야 하는 데 쉽지 않은 문제"라며 "인력과 시스템이 모두 필요한 데다 여기에 드는 자원과 예산도 적지 않을 텐데 그만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