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공범자들 형량 높은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저울질
주영민
cym@kpinews.kr | 2020-04-07 14:59:32
"행동 서열화 없으면 일괄 적용 어려울 수도"
여성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한 혐의를 받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과 그 공범들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받아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진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 114조는 범죄단체조직죄에 대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일반 '공모범죄'와 달리 범죄단체조직죄는 형량이 높기에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려면 '통솔체계'와 '목적성'이 규명돼야 한다.
박사방에 참여한 이들이 단순 공범이 아니라, 범죄단체로서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서는 이를 지시한 자와 그 지시를 따르는 자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조주빈을 조사하는 검찰이 박사방 범행의 공범으로 지목된 사회복무요원 출신 강모(24) 씨와 거제시청 소속 8급 공무원 천모(29) 씨, 일명 '태평양' 이모(16) 군 등을 소환해 조사하는 이유가 통솔체계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사방을 개설한 조주빈이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조직적으로 가담, 지시나 지휘를 받아 해당 영상들을 게시하거나 유포, 은폐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밝혀내야 한다는 것이다.
실례로 대법원 판례를 보면 조직강령 같은 규율에 따라 위력을 행사하며 내부 질서를 유지하는 특성을 갖춘 경우 범죄단체로 인정해 강력한 처벌이 이뤄졌다.
일반적으로 조직폭력 범죄에 적용돼 왔지만,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등 역할 분담이 명확한 범죄에도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조주빈과 공범들이 역할을 분담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했다는 증거를 확보하면 박사방 사건을 조직범죄로 판단해 처벌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목적성은 분명한 것으로 판단된다. 조주빈과 그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들은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과정에서 돈을 받았고, 단순 가담자로 분류되는 유료회원 역시 성착취물을 관람하려는 목적성이 뚜렷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폭력배와 같이 상명하복에 의해 움직이지 않더라도 특정행위를 반복하면 이득이 생긴다는 인식을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범죄단체조직죄로 처벌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재경지법 출신 한 변호사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과 그 공범들이 분명한 목적성을 가지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면 범죄단체조직죄로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며 "범행을 통해 수익을 올렸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범행을 통해 성취감 등을 느끼는 등 동기를 부여했다는 것 등을 밝혀낸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조주빈 혼자 박사방에 방대한 성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점도 조직적으로 공범과의 공조가 있었다는 것을 밝혀낼 열쇠가 될 것"이라며 "현재까지 언론 등에 보도된 피해자 사례에 비춰 볼 때 조주빈과 공범사이에 통솔체계가 없었다면 성착취물을 강요해 찍어 유포하는 행위가 원활히 돌아갈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조직폭력배나 보이스피싱 일당과 달리 조직책부터 행동 서열이 모두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범죄단체조직죄를 일괄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단순가담자의 경우 조직적으로 행동했다고 볼 수 없기에 이들을 모두 범죄단체조직죄로 처벌하기에는 법적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조상희 법무법인 연송 변호사는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려면 공모행위를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강력한 조직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공범은 몰라도 단순가담자를 엮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보이스피싱처럼 조직의 행동서열 등이 명확하지 않으면 피해갈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디지털성범죄 태스크포스(TF)는 이날까지 조주빈을 11번째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 태평양 이 군을 소환해 성착취물 유포 경위를 조사한 검찰은, 오후에는 춘천지법에서 재판을 받는 일명 '켈리' 신모(32)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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