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따로써라"…코로나 상처 후벼판 '후베이' 주홍글씨

조채원

ccw@kpinews.kr | 2020-03-31 15:36:36

화장실에 "후베이 출신 여기 이용하라" …도 넘은 차별에 '분통'
'건강 인증' 받아 직장 복귀했는데…후베이성 출신 백안시 여전
우한 봉쇄 해제 앞두고…中언론, 후베이 차별에 한목소리로 '비판'

'후베이 출신은 여기 이용하세요(湖北籍厕位)'

지난 3월 14일 광시성(广西省) 난닝시로 출근하던 남성은 한 공중화장실에 붙어 있는 문구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러 칸 중 한 곳에만 후베이성 출신 '지정석'이 있었던 것. 후베이성 출신인 그는 "코로나19 사태에서 후베이성의 희생이 가장 컸다. 그 상처가 아직 아물지도 않았는데 화장실 이용에서조차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후베이 출신은 여기 이용하세요(湖北籍厕位)'라는 문구가 붙은 화장실 [인민일보 캡처]


중국의 매체 인민일보는 16일 해당 화장실 관리자가 "특수한 시기라 특수한 조치를 했을 뿐이며, 강제성은 없다"고 항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 사회 내에서 '후베이 출신 차별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 사태가 안정 국면을 맞아 후베이인들이 직장 소재지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 인증' 받았는데도…후베이성 출신 백안시 여전 

중국은 지난 3월 25일 공식적으로 후베이성 봉쇄를 해제했다. 그러나 이전부터 '그린 코드'를 발급 받은 사람에 한해서는 후베이성을 벗어나 타 지역으로의 직장 복귀가 가능했다.

'그린 코드'라 불리는 뤼마(绿码)는 후베이성 정부가 본인과 주변인의 건강에 이상이 없는 자에 한해 발급하는 일종의 통행증명서다. 그린 코드는 중국 전역에서 통용된다. 그린 코드를 발급받은 사람에게는 자가 격리 혹은 코로나19 관련해 별도의 진단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타 지역에도 그린 코드와 유사한 제도가 있다. 이를테면 상하이에선 수이선마(随申码), 항저우는 졘캉마(健康码) 등이다. 문제는 후베이의 '그린 코드'만 타 지역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중국 다수의 매체는 일부 지역과 기업에서 후베이성 출신 근로자의 복귀를 제한하거나, 채용 공고에서 신분증 번호가 42로 시작하는 후베이 출신의 근로자를 채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매체 차이신(财新)은 후베이 출신의 치(齐) 씨의 사례를 보도했다. 그는 그린 코드를 발급 받아 지난 3월 14일 무사히 후베이성을 벗어났다. 문제는 구이저우성 구이양시(贵阳市)에 들어서면서부터다. 톨게이트에서 그가 후베이 출신임을 확인한 교통 경찰이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한 것이다.

▲후베이성 출신인 사람들의 신분증 번호는 42로 시작한다. [인민일보 캡처]


간신히 시내로 들어선 후에도 그의 '회사행'은 순조롭지 않았다. 자신이 코로나19 환자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한 추가적인 검사와 격리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검사 비용은 지방 정부에서 부담했지만 결과를 기다리면서, 그리고 검사 이후 격리된 기간 동안 비용은 고스란히 그의 몫이었다. 후베이를 떠난 지 열흘 남짓이 지난 25일이 되어서야 그는 직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

직장으로 복귀한 임산부가 후베이성 출신이라는 이유로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한 일도 있었다. 그 역시 그린 코드 소지자였다. 지난 3월 23일 출혈로 유산의 조짐을 보였던 친(覃) 씨는 24일 8시경 광둥성 후이저우의 병원을 방문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친 씨가 자가격리 기간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진료를 거부했다. 또 다른 병원을 찾아 초음파 검사를 요구했지만 병원 측에서는 "코로나19 확진 여부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초음파 진료를 할 수 없다"며 핵산 검사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이틀이 걸리는 검사 결과를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던 그는 또 다른 병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중국 다수의 매체는 친 씨가 세 번째 병원에서 24일 자정이 돼서야 초음파 진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언론도, 중국인들도 '후베이 차별'에 자성의 목소리

후베이성 출신에 대한 차별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대두되면서 중국 사회도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군다나 중국은 오는 8일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알려진 우한 봉쇄령 해제를 앞두고 있다. '코로나19와의 전쟁 승리', '일상으로의 회귀'를 공연히 선언한 시점이기에 특정 지역 차별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더욱 주시하는 분위기다.

지난 3월 25일 중국청년보는 '취업 차별을 금지하고 후베이성 출신의 근로자를 존중하라'는 내용의 사설을 발표했다. 사설은 "지역 차별은 후진적 문화관념에서 기반한 것"이라며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을 넘어 합법적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민일보 역시 지난 29일 '출신지에 따른 차별을 그만두고, 후베이 동포들을 선의로 대하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후베이 동포가 가장 큰 피해자인 만큼 더 큰 위로와 애정을 보내야 한다"며 "지역에 따른 채용 차별은 위법 행위"임을 강조했다.

중국의 누리꾼들도 차별 행태에 대체적으로 비판적인 반응이다. 한 누리꾼은 "후베이성 출신자를 무작정 배척하는 것은 비이성적인 행동이다. 바이러스는 신분증을 보고 퍼지는 게 아니다"라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역이 우선이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른 누리꾼 역시 "후베이성 출신을 차별하는 행동은 해외에서 중국인을 차별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중국인이라서 차별받으면 기분이 좋겠냐"며 역지사지 할 것을 촉구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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