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긴급조치로 구금해도 고문 증명 안되면 배상불가"

주영민

cym@kpinews.kr | 2020-03-19 09:45:50

"구금하고 유죄판결 행위는 위법하지 않아"

유신 정부 시절 긴급조치 9호에 의해 구금됐다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더라도 고문 등의 불법행위가 증명되지 않았다면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자료사진 [정병혁 기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최근 A 씨 외 2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7억9000여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A 씨를 구금하고 유죄 판결한 직무행위는 그때까지 무효임이 선언되지 않은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여서 '범죄로 되지 않은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일 뿐"이라며 "수사에 관여한 공무원들이 고문 등 가혹행위를 했거나 직무에 관한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A 씨는 1977년 12월5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주점에서 중앙정보부 직원을 사칭하며 "올 12월 안에 전쟁이 난다",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등의 유언비어를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 씨에게는 긴급조치 제9호 제1항이 적용됐다. 1977년 12월13일 구속된 A 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후 A 씨는 2017년 10월 열린 재심에서 '긴급조치 9호가 위헌·무효이므로 피고 사건이 범죄로 되지 않는 때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를 근거로 A 씨와 부인 등은 "대통령 긴급조치권 행사 자체가 일련의 불법행위"라며 "당시 고문 등 불법행위로 인해 신경근병증이 생겨 노동능력이 영구히 상실됐으므로 1977년~2012년 동안의 일실수입 등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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