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당헌·당규 위반 가처분신청 법원 인용 따른 후폭풍
통합당 공천 자격 논란 번질 수도…통합당행 5인 긴급 회동해 문제 논의
비례연합정당 움직에도 파장…김정화 "법원 결정이 제동 걸어"
바른미래당 시절 이른바 '셀프 제명'으로 탈당한 비례대표 8명이 다시 민생당 당적으로 돌아왔다. 법원은 민생당이 이들에 대해 낸 제명 절차 취소 단행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8명의 비례대표 의원들은 민생당 복귀와 탈당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탈당 시엔 의원직을 상실한다.
▲ 바른미래당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 김수민, 이태규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2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주승용 국회부의장실에서 바른미래당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시스]
법원 "바른미래당 셀프 제명, 규정 및 입법취지 어긋나"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김태업 부장판사)는 16일 민생당이 옛 바른미래당 소속 김삼화·김중로·김수민·신용현·이동섭·이상돈·이태규·임재훈 의원 등 비례의원 8명을 상대로 낸 당원 제명절차 취소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지난달 18일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당적 이동을 위해 징계에 해당하는 제명을 스스로 의결했다. 제명된 의원은 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상돈·이태규·임재훈·최도자 의원 등 총 9명이다.
이들 비례의원은 셀프 제명을 통해 의원직을 유지한 채 당적을 옮겼다. 당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셀프 제명에 대해 정당법과 당헌·당규에 규정된 제명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위법을 주장했다.
민생당은 지난 4일 이들 의원을 상대로 제명 절차 취소를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정당에서 비례대표가 제명 대상자로서 그 의결에 참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헌법이나 공직선거법, 국회법, 정당법 등 관련 규정 및 입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고 특히 유권자의 정당 선택에 관한 표심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비례대표가 정당에서 이뤄지는 자신에 대한 제명 결의에 직접 참여한 경우 그러한 결의에는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제명 대상자 8명을 더하면 민생당은 의원 수가 26명이 되는데, 이는 교섭단체(20석) 구성과 21대 총선 보조금 규모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시급성을 인정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가처분 신청의 인용으로 8명 의원에 대한 제명 처분의 효력은 본안 사건 판결 선고까지 정지된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민생당에 합류하지 않을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정당법 제42조 2항은 '누구든지 2 이상의 정당의 당원이 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회의 시작 전 열린 입당 환영 행사에서 김수민, 신용현, 김삼화 의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셀프 제명' 의원 5명 긴급 회동…당적 논의
비례대표 의원 8명은 현재 미래통합당, 국민의당, 무소속으로 흩어져 있다. 특히 김삼화·김수민·김중로·이동섭 등 4명의 의원은 통합당 후보로 지역구 공천도 받아 혼선을 빚을 전망이다.
대전 유성을에서 진행된 통합당 경선에 참여 중인 신용현 의원도 민생당 소속 국회의원 신분으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오늘부터 진행하기로 했던 유성을 지역구 김소연, 신용현 예비후보 간 결선 여론조사는 중단된 상태다. 경선에서 탈락한 유성을 지역구 육동일 예비후보는 재경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임재훈 의원은 셀프 제명 후 통합당으로 옮겨 공천을 신청했지만, 지난 4일 컷오프(공천배제)당했다. 임 의원은 민생당에서 의원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으로 당을 옮긴 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동섭·임재훈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회동을 하고 당적 문제를 논의했다. 이들은 탈당해 의원직을 포기한 뒤 통합당에서 재공천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적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회동에 참석했던 임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공천을 받은 분들은) 탈당을 해야 다음 일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요식행위라 하더라도 공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할 것이고, 공천 경쟁했던 분들이 이의신청하거나 보좌진 퇴직 문제 등 많은 장애가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국민의당에 입당한 상태인 이태규 의원은 전날 의원직 사퇴를 공식화했다. 이 의원은 "구태 세력과 당적 문제를 갖고 법적, 정치적으로 더 연계되고 싶지 않다"며 "국민의당 사무총장으로서 실용적 중도정치 실현과 정치개혁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돈 의원은 아직 무소속으로, 민생당 의원들이 주축이 된 공동교섭단체 민주통합의원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최도자 의원은 셀프 제명 이후 행정처리를 하지 않았고 민생당에 합류해 이번 가처분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 이인영(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 참석해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비례연합정당에도 영향…당 복귀시 셀프 제명 불가피
법원의 결정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비례연합정당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비례연합정당은 여러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들이 플랫폼 정당으로 모이고 총선 이후 당선된 의원들은 각자 원당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원래 당으로 복귀하려면 셀프 제명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법원이 이를 불법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커지며 비례연합정당 구상에도 차질이 생겼다. 그나마 미래한국당은 총선 후 통합당과 당 대 당 통합을 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와 관련해 김정화 민생당 공동대표는 성명서를 내고 "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 결정을 환영한다"며 "셀프 제명의 위헌·위법성이 법원에 의해 확인된 지금, 거대 양당은 즉각 불법 위성 정당을 해산하고 정정당당하게 동료 시민의 심판을 기다려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김 공동대표는 "법원의 결정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정당 정치를 후퇴시키려는 시도에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한다"며 "이른바 위성 정당·비례연합정당 등으로 이번 총선에서 동료 시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저열한 정략적 발상의 무모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날 '비례대표 의원의 제명 시 의원직 유지 규정의 쟁점 및 개정 방향' 보고서를 발간하고 제명당한 비례대표 의원의 의원직 박탈 등 처벌 조항을 신설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현행 규정은 당적을 변경하면서도 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며 "제명 사유가 명백함에도 당적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제명 결정을 하지 않는 기현상을 초래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뉴질랜드의 '당적변경방지법'(anti-party hopping law)을 제시했다. 이 법은 의원이 자발적으로 당적을 이탈하거나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해당 의원을 제명하고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