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온라인배송 급증'의 이면…배송기사들, 연일 고통 호소

남경식

ngs@kpinews.kr | 2020-03-17 15:10:20

40대 쿠팡맨, 새벽배송 중 사망…노조 "배정 물량·무게 제한해야"
마트 노조 "대형마트 배송기사,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차별·배제"
SSG닷컴 노조 "지쳐 쓰러지기 직전…배송 물량 줄여달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온라인 배송 수요가 급증하면서 배송기사들이 연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1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이하 '쿠팡 노조')에 따르면 지난 12일 새벽 경기도 안산의 한 빌라 계단에서 쿠팡맨 김모(45)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안산단원경찰서의 부검 결과, 김 씨의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이었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면서 심장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생기는 질병이다.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에 큰 영향을 받으며, 낯선 업무에 처했을 때 심장발작이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 쿠팡맨들이 밤 중에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배송 물품을 확인하고 있다. [남경식 기자]

쿠팡 노조 측은 최근 배송 물량이 급증하면서 김 씨가 과로한 것이 사망 원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김 씨는 평소 지인과 유족들에게 "밥 먹을 시간 없이 일한다", "화장실 갈 시간 없이 일한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중순 쿠팡에 입사한 김 씨는 사망 당시 현장에서 근무한 지 13일째였다.

쿠팡 노조는 "쿠팡은 유족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은 물론이고 공식적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유족과 동료 쿠팡맨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배정되는 물량의 숫자와 무게를 제한하고 휴게시간을 쿠팡맨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들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쿠팡은 휴게시간 사용은 자율이라고 하면서 휴게시간을 사용할 수 없는 물량을 배정했다"며 "혁신의 기업 쿠팡은 세련된 표현으로 책임을 쿠팡맨에게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는 16일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의 위력은 노동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이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선 더 강력해진다"며 "엄청난 물량 증가로 힘들어하는 택배노동자들은 모두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지만 그들의 건강은 지금도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맨 개개인의 배송 역량과 지역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무량을 배정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늘어난 주문량은 쿠팡플렉스 증원으로 감당해왔다"고 해명했다.

▲ 마트 노조 정민정 사무처장이 11일 '코로나19 사태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에서 쌀 239kg을 배송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마트 노조 제공]

앞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 노조')은 지난 11일 서울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코로나19 사태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마트 노조 측은 폭증하는 배송으로 배송기사들은 과로로 쓰러질 지경인데 대형마트는 오로지 매출에만 관심이 있으며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생수 2리터짜리 60병, 쌀 239kg 등을 배송한 사례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배송기사들이 대형마트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지만, 정규직이 아닌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트 노조 정민정 사무처장은 "배송기사들은 시민들이 필요한 생필품을 배송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며 "정부는 배송기사들을 특수고용노동자가 아니라 노동자로 인정해 대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통합 몰 SSG닷컴 노동조합은 지난 4일 사측에 공문을 보내 "코로나19 이슈로 업무량이 대폭 증가했다"며 "사원들은 고된 업무에 다들 지쳐 쓰러지기 직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직원이 있어야 회사도 있다"며 "대구, 부산 지역을 비롯해 객단가가 대폭 증가한 점포에 한해 2차, 3차 배송 CAPA(물량) 축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SSG닷컴 노동조합은 지난달 25일에도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고객 유입 및 매출 증대를 하려고 하는 회사 상황을 공감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일부 점포의 업무 과다에 대해서는 사측에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SSG닷컴은 코로나19 확산 전 쓱배송 주문마감율이 평균 80% 초반대였으나 최근 95% 수준으로 증가했다. SSG닷컴은 이달 들어 전국적으로 배송차량을 60대 이상 늘리고, P.P(Picking & Packing) 센터 인력도 단기적으로 증원해 처리 가능한 물량을 기존보다 최대 20% 늘렸다.

SSG닷컴 관계자는 "최근 배송 물량이 증가한 것은 맞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을 처리하고 있지는 않다"며 "배송 물량을 줄이는 것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유통기업의 역할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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