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컷' 금리인하도 코로나19 공포 진정에 역부족…이유는?
강혜영
khy@kpinews.kr | 2020-03-17 14:03:20
전문가 "근본대책 아냐…코로나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해소 못해"
실물경제는? "6~7개월후 효과" vs "금리 아닌 소비·생산 지원해야"
한국은행의 '빅컷' 기준금리 인하에도 코로나19의 공포가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한은은 전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춰 사상 최초로 0%대 금리에 진입했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여전히 요동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시장 역시 주요국들의 대대적인 유동성 확대 조치에도 혼조세를 보이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를 통화정책으로만 다스리기에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 배경과 관련해 "취약 부문의 어려움을 이겨내게 할 필요가 있었다"며 실물경제 측면을 언급했지만,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회복되고 소비를 되살리는 데에도 금리만으론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비롯한 주요국의 파격적 완화조치에도 흔들리는 금융시장
한국은행의 긴급 금리 인하 조치가 무색하게 국내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고 있다. 17일 코스피는 지수는 전장보다 74.02포인트(4.32%) 폭락한 1640.84로 출발한 이후 급락세를 이어가 한때 1637.88까지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 출발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5.0원 오른 1231.0원에서 거래를 시작한 뒤 급격히 상승 폭을 키워 장중 124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연준을 중심으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코로나19 공포를 잠재우는 데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12.9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11.98%), 나스닥 지수(-12.32%)가 일제히 급락했다.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같은 날 유럽증시도 4~5%를 상회하는 폭락세를 나타냈다.
한은, 취약부문 어려움 극복 강조…시장 "안하는 것보다는 나아"
이주열 총재는 전날 금리 인하 결정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경제 주체들의 어려움 극복을 고려해 단행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취약부문, 특히 영세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들이 그 기간 동안 어려움을 이겨내게 하기 위해서는 차입비용을 가능한 한 큰 폭 낮출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시장 안정보다는 경제주체들의 심리 회복을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에도 주식 시장이나 금융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래도 실물 경제가 더 중요하다고 봐야 한다"면서 "금융 시장에는 여전히 충격이 있더라도 추후에 상당히 안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뒤늦게 조치하기보다는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진단이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그동안의 행보에 비해 전향적이고 전격적인 친시장적인 조치로 풀이된다"며 "정책 여력을 소진했다는 점과 상황이 그 정도로 안 좋으냐는 불안심리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 등의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하지만,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는 한은이 경기 부양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만으로도 시장에는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조치"라고 평가했다.
"근본대책 아냐…소비·생산 연결고리 지원해야"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코로나19라는 위기 사태의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전염병 확산이 장기화해 세계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공포가 금리를 내린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그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가 코로나19 사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대적인 인하 조치에도 주가가 폭락하는 것"이라며 "보건 방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전염병 확산 속도가 빠르고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공포 심리가 금융 시장을 짓누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물경제를 되살리는 데에도 부족한 처방이라고 꼬집는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이미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더 낮춘다고 해서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며 "특히 전 세계적으로 생산성이 계속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 주체의 경기회복 기대감, 심리 개선 등 실물경제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만으론 무너진 공급망도 회복이 안 되며 소비와 생산을 되살리는 지원책이 중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최배근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 역시 한국을 비롯한 각 국가의 전염병 문제가 다 해결될 때까지는 계속될 것"이라며 "그때까지 소비-생산-소비의 순환 구조가 작동되도록 소비 연계성 소득을 제공하는 등 피해 부문을 직접 지원해 폐업 및 실업이 발생하거나 경제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처럼 금리를 내려서 주가와 자산 가격이 오르고 소비 및 투자가 늘어나는 시기는 아니지만, 한은의 금리 인하로 금융 부담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면서 "실물경제 효과는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6~7개월 시차를 두고 나타나다 보니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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