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서 기업·혁신 할 수 있나"…이재웅, 쏘카 대표서 물러나

김혜란

khr@kpinews.kr | 2020-03-13 15:26:50

박재욱 VCNC 대표, 신임대표로…최대주주 이재웅 이사회 의결권 유효
2007년 다음 대표이사 사임 뒤 쏘카로 벤처 복귀…'타다금지법'에 발목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지 일주일 만에 쏘카 이재웅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타다 드라이버의 일자리와 투자자들의 믿음을 지키지 못한 데에 책임지겠다며 사임을 선택한 것이다.

이 대표는 13일 쏘카 이사회에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2018년 4월 대표직에 오른 뒤 약 1년 11개월만의 일이다.

이날 이사회는 쏘카에서 타다를 분할해 독립기업으로 출범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신임 대표이사로 박재욱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선임했다. 박 대표는 VCNC 대표를 겸직한다. 쏘카의 최대 주주인 이재웅 대표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이사회에서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 이재웅(오른쪽)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가 지난해 2월 21일 타다 프리미엄 서비스 출시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쏘카 제공]

이날 이재웅 대표는 페이스북에 "어찌되었든 저는 졌다. 타다 드라이버의 일자리도 못 지켰고, 투자자들의 믿음도 못 지켰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혁신의 꿈도 못 지켰다"며 "책임을 지고 쏘카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를 믿어주신 여러 투자자들, 드라이버들, 동료들에게 면목 없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저의 사임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지만, 반대로 제가 있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린 여객법 개정안을 추진한 국토부와 이를 통과시킨 국회, 대통령거부권 행사를 거부한 청와대에 작심하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저희는 일자리가 없어지는 수많은 드라이버들에게 사정하고 사과하고 대규모 적자를 무릅쓰고 한달이라도 더 운행해서 그분들 생계를 도우려고 하고 있는 상황인데, 정작 그분들에게 사과를 하고 대책을 마련해야할 국토부 장관은 말 한마디 없다"며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잘못된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드라이버들에게는 최소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매번 법을 만들어서 우버가 금지되고, 카풀이 금지되고, 타다가 금지되었는데 과연 그동안 소비자들의 편익은 조금이라도 나아졌고, 택시기사들의 삶은 나아졌으며 교통약자들의 이동편익이 조금이라고 나아졌나"라고 반문하며 " 생태계를 만드는 것조차 금지하는 법을 충분한 논의도 없이 몇 달만에 졸속으로 통과시키는 정부와 국회는 도대체 국민들에게 어떤 편익을 준다고 판단했을까"라고 반문했다.

또 "혁신성장, 공유경제를 공약으로 내세우면 뭐하고 말로만 법으로 금지하지 않는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다고 하면 뭐하냐"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특히 "우리가 정부정책보다도 더 앞서서 드라이버들의 4대보험을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해봤고, 심지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대주주가 어떤 이익도 안 가져가고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하는 플랫폼 경제에서는 유례가 없는 상생책도 제시했다. 더 이상 어떤 상생을 해야지 이 정부는 만족을 하는가"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민간에서 일해본 경험도 없고, 경제나 산업에 대한 경험도 부족하면서 경제부처를 책임지고 있는 국토부 장관을 포함한 경제관료들은 상생과 타협을 이야기하는데 더 이상 어떤 상생을 해야 이 나라에서 기업을 하고 혁신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마무리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인 이재웅은 국내의 대표적인 '벤처 1세대'다. 2007년 다음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벤처투자자로 변신한 그는 2008년 사회적 벤처 인큐베이터인 '소풍'을 설립해 후배 스타트업을 양성했다. 쏘카의 최대주주였던 이재웅 대표는 2018년 4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11년만에 벤처 경영인 복귀였다. 이 대표는 박재욱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 VCNC를 인수해 같은해 타다를 출범시켰다. VCNC는 커플 메시지 앱으로 유명한 '비트윈'의 개발사다.

쏘카의 차량공유 능력과 VCNC의 '매칭기술'을 접합한 타다 베이직은 출시 1년여 만에 가입자 수 170만 명의 모빌리티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행령에 기반을 둔 서비스인 탓에 '편법 택시' 논란을 불렀고 택시 업계의 반발을 샀고, 지난 6일 '타다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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