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할 수 있다 믿어라"…어느 대학교수의 코로나 투병기

주영민

cym@kpinews.kr | 2020-03-12 12:12:46

박현 스페인 라몬유대 마케팅 전공 교수
부산대 특강 위해 방문했다가 감염 확인
"엄청난 통증…의료진 헌신만이 희망"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두 번의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는 등 완치가 된 것 같지만, 치료제의 부작용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치료를 받은 뒤 최근 완치된 박현(48) 부산대 기계공학부 겸임교수는 12일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코로나19에 걸려도 완치될 수 있다는 희망을 담은 편지를 확진자와 의료진에게, '확진에서 완치까지'의 기록을 A4용지 6장 분량으로 작성해 언론 등에 보낸 인물이다.

그의 편지와 기록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확진자는 물론, 확진자의 가족, 의료진, 일반 국민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치료를 받고 있는 박현 교수 모습. [페이스북 캡처]

▲ 스페인에서 건강할 때의 박현 교수. [부산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첫 증상 21일 밤 느껴…불편한 정도의 인후통"

부산의 47번째 코로나19 확진자인 박 교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라몬유 대학의 마케팅 전공 교수로 부산대 특강을 위해 지난달 초 고향인 부산에 입국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지난달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입원 9일만인 이달 5일 두 차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그가 처음 증상을 느낀 것은 부산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21일 밤이다.

당시 박 교수는 목의 침 넘김이 아프지는 않지만 약간 불편한 정도의 인후통과 겨울철 건조한 날씨에 흔한, 물을 마시면 괜찮아지는 약간의 마른기침을 3차례 했다.

평소 일주일에 4~5차례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던 그는 같은 달 22~23일 운동을 하고 난 뒤 약간의 근육통과 가슴이 살짝 눌리는 느낌을 받아 그 뒤 이틀 동안 운동을 하지 않고 집에서 쉬었다.

24일 새벽 침대에서 첫 호흡곤란을 겪은 그는 1339번에 연락을 취했지만,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인근 부산 동래보건소와 연락이 닿은 그는 보건소 관계자로부터 "신천지교인이 아니며 확진자 동선과 겹치지 않고, 최근 중국에서 입국한 것이 아니기에 검사를 받으러 나오는 것 보다 집에서 좀 더 있어 보는 게 낫다"는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이후 호흡곤란을 두 번 더 겪은 박 교수는 보건소와 통화를 한 뒤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동래보건소보다는 동래대동병원 야외에 설치된 선별진료소를 가는 게 좋다는 권유를 들었다.

같은날 오전 10시께 선별진료소를 찾은 그는 4시간 정도 대기한 뒤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가 많아 24시간 기다려야 했다는 그는 25일 오전 11시 20분께 검사결과 '음성'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러나 문자가 오자마자 걸려온 전화에서는 "검사 결과가 양성인데 문자를 잘못 보냈다. 지워달라"는 요청과 함께 보건소로부터 자세한 전화가 올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병실이 부족해 26일에 입원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은 그는 가족과 지인 등 모든 밀접접촉자에게 코로나19 양성 결과를 통보한 뒤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가슴 통증이 갈수록 심해지고 호흡곤란도 겪은 그는 부산시 관계자로부터 확진자 동선 파악을 위한 전화를 받았다.

당시 통화중 호흡곤란이 심하다고 느낀 부산시 관계자가 보건소에 연락, 보건소 관계자로 부터 "병실 준비가 안 됐지만, 일단 구급차를 보내고 병원에서 대기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치료를 받은 뒤 최근 완치된 박현(48) 부산대 기계공학부 겸임교수가 보낸 A4용지 6장 분량의 기록 일부. [박현 교수 제공]

"가슴에 철판이 누르는 통증…의료진 헌신이 희망"

지난달 25일 늦은 밤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으로 이송된 박 교수는 입원 후 각종 검사를 받은 뒤 바로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는 현재 치료약은 없다. 다만 특정환자들 중 부작용은 있지만,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이 있어 그 약을 복용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입원 뒤 산소공급을 받아 호흡하기가 더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가슴 통증은 심했다고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인지, 복용한 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가슴과 배가 불에 타는 듯한 뜨거움을 느꼈다는 그는 다행히 미열이 있을 뿐 고열로 진행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상태가 좋았다와 나빴다를 반복하면서 차츰 나아졌다는 박 교수는 처음에는 가슴에 철판이 누르는 듯한 통증에서 기왓장이 누르는 통증으로, 가슴을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에서 손으로 움켜지는 듯한 통증으로 차츰 변했다고 했다.

치료 약을 복용한 뒤 처음 이틀은 부작용 때문인지 너무 힘들었다는 그는 의료진의 "치료약과 함께 잘 먹어야 버틸 수 있다.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준비해 줄 테니 언제든 알려달라"는 말을 듣고 버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 교수는 입원한 지 9일만인 이달 5일 의료진의 예상보다 빨리 두 번에 걸친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퇴원 후 14일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간 그는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치료약으로 피곤해진 몸을 회복시키고 있다.

▲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치료를 받은 뒤 최근 완치된 박현(48) 부산대 기계공학부 겸임교수가 의료진과 환자에게 보낸 편지. [박현 교수 제공]

"확진자 부정적 시선…신천지 교인 의심 가슴아파"

코로나19 확진부터 치료 후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시간 동안 박 교수를 힘들게 한 것은 단순히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일만은 아니었다.

확진자로 입원해 있는 동안 '초반 검사과정의 부정확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기자의 연락을 시작으로 '(문재인 대통령) 탄핵에 동의하느냐'는 부정적인 질문부터 '정부가 잘해서 검사를 빨리 받고 입원을 빨리해서 빨리 회복된 것이 아니냐'는 유도 질문을 받았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교수는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된 뒤부터 SNS를 통해 코로나19로 벌어지는 한국의 상황을 확인했다. 자신과 관련된 기사도 검색했다.

그 과정에서 무교인 자신을 신천지 교인이라고 의심하는 인터넷 기사 댓글에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박 교수가 "환자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은 정말 잘못된 것"이라며 실명을 공개하며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한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박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미국과 영국 등 영어권 언론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아픈사람을 의미하는 환자(patient)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은연중에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이를 의미하는 확진자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반면 박 교수는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애쓰는 의료진에게는 고마움을, 불확실성으로 불안해하는 확진자와 가족, 일반 국민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박 교수는 "두꺼운 보호복과 장갑, 고글을 착용한 의료진도 많이 힘들어 보였다. 그럼에도 나를 위해 실수 없이 한 번 만에 주사를 놓으려 애쓰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다른 누군가 병실에 들어올 수 없었기에 치료 후엔 식사를 도와줬고 청소까지 직접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불안한 순간, 정신이 혼미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강해져 달라"며 "치료를 받는 중에 최근 접촉했던 가족, 지인 등에 대한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가장 좋은 정신 상태를 유지해야 몸도 빨리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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