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한 외교관, 마스크 못 사 불안감 증폭…당국에 항의
양동훈
ydh@kpinews.kr | 2020-03-12 10:22:20
외교관들 실제로 마스크 구입 불가능한 상황
외교당국 "외교관 물량 곧 마련해 조치할 것"
외교부 "관계부처 협의 중…빠른 해결 노력"
마스크 5부제가 실시되면서, 우리나라에 머무르고 있는 각국 외교관들이 마스크를 구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주한 외국공관들은 이 문제를 한국 외교당국에 문의했으나 신속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어 각국 대사관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주부터 공적 마스크를 구입하려면, 요일과 생년 끝자리가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해당 절차는 건강보험을 통해 이뤄진다. 이 과정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역시도 예외가 없다.
외국인의 경우 건강보험증과 외국인등록증을 지참해야 구입이 가능하며, 약국에서는 건강보험 등록 여부가 확인되면 구입할 수 있다.
문제는 외교관들의 경우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외교관들은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외국인 중에서도 건강보험에 가입돼있는 사람만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며 "지금 시스템 하에서는 외교관이라도 우리 건강보험에 가입 안 돼 있으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는 게 맞다"고 밝혔다.
서유럽 국가의 주한대사관 관계자 A 씨는 "실제로 외교관들은 구매가 불가능하다"며 "일단 전에 사둔 것을 쓰고 있지만 곧 더 써야할 상황인데 불안하다"고 전했다.
아시아 국가 대사관 직원 B 씨는 "미리 구입해 둔 것이 있어서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더 구비하려 하는데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각국 대사관들은 우리나라 외교 당국에 마스크 관련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하고 일부는 늑장대응에 항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A 씨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한국 외교부에 정식 complain(불만 제기)을 보내 해결 방안을 제시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동유럽 국가 대사관 관계자 C 씨는 "지난주에 대한민국 외교부에 이 상황에 대해 협조를 요청했고, 오늘 외교부 담당자로부터 '관련 기관들과 협의 중'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남유럽 국가 대사관 직원 D 씨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D 씨는 "만약 외교관 중에 한 명이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되고,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외교관들에 대한 기본적 보호를 제공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게 알려진다면 수많은 국가에서 자국 외교관들을 (본국으로) 소환할 것"이라며 "단순히 마스크 문제가 아니라 한국 외교가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C 씨는 "한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국가가 크게 늘어난 데는 외교관들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불안감을 느껴 한국 상황을 심각하게 본국에 보고한 탓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C 씨와 함께 일하고 있는 외교관 중의 한 명은 불안을 호소하며 본국으로 귀국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해당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며 "외교관증으로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게 하거나, 대만에서처럼 외교단에 주기적으로 일정 수량의 마스크를 전달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곧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양동훈 인턴 기자 y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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